[르포] 폴더블폰 약진에도 “애플 A/S 더 좋다”…삼성 스마트폰, 日공략 ‘갈 길 멀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5 17:00

2분기 점유율 10% ‘고속 성장’ 샤오미 등 中 브랜드 압도

삼성 로고 숨긴 채 판매하던 불과 몇년전 상황과 ‘큰 대조’

과반 점유 애플 아성 넘으려면 A/S 강화·투자 확대 급선무

현지 스마트폰 미약 中가전, 세탁기 내세워 K-가전 위협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갤럭시 하라주쿠' 전경.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갤럭시 하라주쿠' 전경. 사진=여헌우 기자.

[도쿄(일본)=여헌우 기자] “갤럭시 Z플립 6 액정이 갑자기 망가져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예약 없이 당일 수리는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2주 넘게 불편을 겪었어요."




일본 도쿄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의 불만이다. A씨는 제품이 마음에 들어 갤럭시를 사용하지만 애프터서비스(A/S)는 아쉽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일본에서 '진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고객 신뢰 확보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1~12일(현지시각) 도쿄 곳곳을 돌아보니 A씨의 지적에 공감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등 신제품을 앞세워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절대 강자'인 애플을 넘어서고 중국 업체들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해 보였다.



우선 삼성전자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시내 전자제품 판매점이나 통신사 대리점 대부분에서 '삼성' 제품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 로고를 숨긴 채 '갤럭시' 브랜드만 앞세웠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요도바시 카메라'(Yodobashi Camera), '빅 카메라'(Big Camera) 등 전자제품 판매점 스마트폰 코너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갤럭시 폴더블폰에 관심을 보였다. 점원들도 삼성 제품에 대해 “인공지능(AI) 기능이 많이 들어가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현지 소비자들이 고성능 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가격보다는 품질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 아키하라바점 내부 모습. 통신사인 도코모 매장 가운데 삼성전자 제품들이 전시도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도쿄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 아키하라바점 내부 모습. 통신사인 도코모 매장 가운데 삼성전자 제품들이 전시도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스마트폰 시장 소매 판매는 자급제와 통신사 두 축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통신사 쪽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는 점이 다르다. 제품을 둘러보는 고객과 상담을 위해 대기 중인 통신사 직원 수가 비슷해 보일 정도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통신사를 먼저 고른 뒤 기기 가격이나 혜택 등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알뜰폰 브랜드 등에서 삼성 전문관 못지않게 다양한 스마트폰을 판매 중이다.


이곳 매장에서 주인공은 애플이었다. 제품을 둘러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구형 아이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구석에 전시됐지만 갤럭시 S25, 갤럭시 Z폴드·플립7 등 라인업이 다양했다. 구글이나 중국 브랜드와 비교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 보였다.


삼성전자가 최근 일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현지 통신사와 협업이 주효한 결과로 풀이된다. 갤럭시 S25 등 플래그십 모델을 앞세워 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통신장비 고객사기도 하다.


빅 카메라 아키하라바점에서 본 한 고객은 통신사 부스를 기웃거리면서 연신 갤럭시 폴더블폰을 접었다 폈다 하며 관심을 보였다. 삼성 제품 카메라 화질이 좋다고 모객활동을 하는 영업사원도 있었다. 중심 상권인 시부야 내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소프트뱅크 직원이 삼성 폴더블폰을 손에 들고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삼성 전용매장 '갤럭시 하라주쿠' 젊은이·외국인들 폴더블 AI폰 큰 관심

일본 도쿄에 있는 빅 카메라 아키하라바점 내에 삼성전자 자급제 스마트폰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도쿄에 있는 빅 카메라 아키하라바점 내에 삼성전자 자급제 스마트폰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도쿄에 있는 빅 카메라 아키하라바점 내에 애플 자급제 스마트폰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 삼성전자와 비교해 규모가 훨씬 크다.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도쿄에 있는 빅 카메라 아키하라바점 내에 애플 자급제 스마트폰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 삼성전자와 비교해 규모가 훨씬 크다. 사진=여헌우 기자.

갤럭시Z 플립7과 갤럭시Z 폴드7은 '도코모 온라인숍' 주간 판매 순위에서 한때 1·2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 애플과 경쟁하기에는 체급이 작은 게 사실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10%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60%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2분기에는 5위였던 브랜드 순위는 일본 샤프(6%)와 중국 샤오미(5%)를 넘어 3위로 올라섰다. 샤오미의 '포코' 브랜드 제품 등이 곳곳에 보이긴 했지만 삼성전자 제품보다는 찾아보기가 훨씬 힘들었다.


다만 애플(49%), 구글(11%)은 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구글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애플스토어 전경. 도쿄에 있는 애플스토어들은 제품을 둘러보는 고객들로 항상 붐빈다.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애플스토어 전경. 도쿄에 있는 애플스토어들은 제품을 둘러보는 고객들로 항상 붐빈다. 사진=여헌우 기자.

애플은 도쿄 시내에 전용 매장 '애플스토어'를 7개 가량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도쿄 중심지 시부야구에 '갤럭시 하라주쿠' 정도만 선보이고 있다.


평일 오후 찾아가본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는 직원들이 폴더블폰을 중심으로 신제품 AI 기능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안에서는 한국 유명 가수와 협업한 마케팅, 경품 증정 이벤트 등이 펼쳐지고 있었다. 1층 전시장, 2층 카페, 3층 체험 공간 등에 꽤 많은 이들이 오갔다.


고객층은 젊은 현지인 또는 외국인이었다. 하라주쿠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영어를 구사해 관광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직원도 따로 있었다. 한 일본인 무리는 갤럭시 Z의 카메라 성능을 살펴보며 감탄했다. 갤럭시 하라주쿠 곳곳에 마련된 K-POP 스타 포토존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이들도 많았다.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1층 전시관에서 직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1층 전시관에서 직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1층 전시관에서 직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1층 전시관에서 직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S 직원도 2~3명, 수리예약 2주 걸려…현지인 “애플 A/S 빠르고 좋다"

문제는 일본에서 성장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내실'은 제대로 다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갤럭시 하라주쿠 지하에는 A/S 센터가 마련됐다. 자급제폰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정식으로 수리를 받거나 부품을 교환할 수 있는 장소다.


현지 직원에게 제품 수리를 문의하니 “인터넷에서 예약을 하고 오셔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장 빠른 일정을 묻자 “(예약 사이트가 열리는) 밤 12시에 사이트에 접속하시면 2주 뒤 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일 수리가 안돼 불편을 겪었다는 A씨 사례가 떠오른 순간이다. 갤럭시 하라주쿠 내 A/S 담당 직원은 2~3명에 불과하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삼성전자보다 애플 A/S가 더 빠르고 좋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A/S가 약하기로 소문난 애플이지만 일본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신뢰도가 높은 듯했다.


현지인들은 심지어 삼성전자 직영 서비스센터보다 도코모 등 통신사 A/S를 더 선호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예약이 보다 편리하고 기간도 1주일 이상 빠르기 때문이다.


갤럭시 하라주쿠에 있는 직원에게 “통신사에서도 정식 부품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은 듣지 못했다.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1층 전시관에서 고객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1층 전시관에서 고객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신뢰'가 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곧 강력한 A/S 경쟁력으로 연결되곤 했다. 이같은 삼성의 전략은 한국,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시장 내 점유율 확대라는 열매로 돌아왔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추격자' 입장인 삼성전자가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듯하다.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폭적인 A/S까지 제공하는 승부수를 띄울 때가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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