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 최윤범 회장 측 경영 행태 비판
고려아연 “영풍, MBK와 손잡아 기업가치 훼손” 정면 반박

▲영풍·고려아연 CI
70년간 이어져 온 동업 관계에 마침표를 찍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양측의 신랄한 비방전으로 번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5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행태를 '나쁜 기업 지배구조의 전형'이라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영풍이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영풍 “이사회의 무력화, 독단적 투자로 기업 망쳐"
영풍은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지난 1년간 이어진 지배력 분쟁의 원인이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이고 전횡적인 경영에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이사회의 무력화다. 영풍은 “최 회장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이사회 거수기로 활용해, 지난 3년간 수천억 원의 대규모 투자 건들을 이사회 결의나 검증 없이 전결로 집행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약 5600억 원, 국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캐나다 심해채굴업체 TMC에 약 1200억 원을 투입한 것을 꼽았다.
또한, 40년간 유지된 무차입 경영 기조가 붕괴되며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영풍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고려아연의 순현금은 4조 1000억 원 줄고 차입금은 3조 7000억 원 늘어 순차입금이 3조 3000억 원에 달했다. 이자비용 역시 1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했다.
아울러 약 2조 5000억 원을 투입한 자사주 공개매수, 해외 자회사를 동원한 575억 원 규모의 상호주 투자 등은 회사의 자원을 회장 개인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남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이 고갈돼 2년 연속 실시하던 중간배당도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SM엔터 주가조작 연루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순환출자 구조 설계(공정거래법 위반), 대규모 고위험 투자로 인한 회사 손실(업무상 배임) 등 최 회장이 다층적인 법적 책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하며, “고려아연의 지배구조가 바로 설 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영풍, 본업 문제부터 해결해야…적대적 M&A 막아낼 것"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이 “적대적 M&A를 합리화하기 위한 기만적인 여론 호도"라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적대적 M&A 공격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반기 사상 최대 매출과 10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며, 최근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전략광물 공급 MOU 체결 등 성과를 내세웠다.
이어 “사외이사 의장 제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며 지배구조를 선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영풍이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비상식적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고려아연은 “3년째 대규모 적자와 온갖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인 영풍은 석포제련소 정상화에 힘써야 할 때"라며 “다른 기업의 지배구조를 논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 1년간 양측 사이에 발생한 소송이 24건에 달하는 등 과도한 법적 분쟁으로 경영 활동이 저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직원들이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의 거짓과 왜곡, 탐욕으로부터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적대적 M&A 시도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측의 갈등이 공개적인 비난전으로 확산되면서, 오랜 동업 관계의 파국을 맞은 두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향후 주주총회 등에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