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車부품사가 생리컵 제조사?…생존 위해 기존 정체성 버리는 日 기업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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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사 고무노이나키가 선보이는 페미낙 생리컵 제품(사진=고무노이나키)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이 과거 정체성을 확립해준 주력 제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확립시켜준 제품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제품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고무 제조업체 고무노이나키는 2023년에 론칭한 생리컵 브랜드 '페미낙'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도록 만든 의료용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다. 재질 특성상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들어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919년에 설립된 고무노이나키는 내연기관차용 오일실·오링 등을 생산해 도요타자동차와 덴소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에 납품하는 것을 핵심 사업 모델로 삼아왔다. 연 매출은 415억엔에 달하지만 이 중 90%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내연기관차 부품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자 일반 소비자 용품에 눈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전기차 시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과 유럽에서는 2033년 전후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 대비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무노이나키의 상품기획부장 코야마 슌이치는 “자동차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페미낙 브랜드 사업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장기적인 내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지난달 페미낙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70% 급증했다.


생리컵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생리컵 시장 규모가 16억달러에 달하며 2032년까지 매년 6.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고무노이나키는 올 연말까지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페미낙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제조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934년 필름 생산을 위해 설립된 후지필름의 경우 2001년 글로벌 필름 1위 기업에 올랐지만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스타리프트, 내시경 및 초음파 장비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고무노이나키 역시 후지필름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용품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개발을 담당한 콘도 에미는 “아스타리프트가 우리의 벤치마크"라며 “소비재 제품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일본 조미료 기업인 아지노모토도 반도체 산업에 핵심적인 절연 필름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일본 세이렌의 경우 본래 자동차 시트용 섬유를 주력으로 했지만 현재는 패션, 주거용 냊장재, 의료용 인공혈관, 전자 부품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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