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금융지주 검사권 금소원에 부여
업무보고 등 금감원·금소원에 동시 보고
“건전성 관리와 규제는 밀접하고 보완적”
금융사, 징계수위 확대 및 예산 증가 부담

▲금융감독 기능을 둘로 나누고 소비자 보호 기능을 별도 기구로 분리하는 여당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세부 사항을 드러냈다.
금융감독 기능을 둘로 나누고 소비자 보호 기능을 별도 기구로 분리하는 여당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세부 사항을 드러냈다. 중복 검사나 옥상옥구조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네 기관이 행사하는 규제나 개편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소원, 금융지주·PE 검사권 부여…금감원 직원 징계권 제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대표 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금융감독원에서만 가능했던 금융지주사에 대한 검사권이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부여된다.
금소원은 금융상품 판매·광고 등에 대한 검사와 검사 결과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가져오는 가운데 MBK파트너스 등 기관 전용 사모펀드(PE)운용사에 대한 검사권이 주어진다.
한국무역보험공사를 비롯해 공간정보산업협회의 보증 및 공제 사업 감사, 국토교통부 장관 요청 시 주택관리사단체에 대한 감사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바뀐다. 종전까지 지주사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이 금감원에 제출했던 업무보고와 퇴직연금 운용 실적 등은 금감원과 금소원 두 곳에 하게 된다.
금감원은 기존 업무였던 금융사 영업행위와 소비자보호 업무가 사라진다. 또한 금감원장의 금융사 직원에 대한 징계 권한은 최대 면직 처분이었으나 정직·감봉·견책·경고 수준으로 제한된다. 금소원장 역시 금융사 임원에 대해 정직·감봉·견책·경고까지 내릴 수 있다.
면직 권한은 금감위에 부여했다. 금감위원장은 임원의 해임을 권고하거나 업무집행 정지를 명할 수 있다. 금융감독 입법 과정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제정·개정할 때 금감위원장과 협의하도록 하면서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충분한 숙의보다 시일에 맞춘 기계적인 분리라며 부작용이 따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법 조항에 따라 단순하게 나누다 보니 관련 없는 분야에 대한 권한을 맡게 되거나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권 일관성·독립성 훼손에 비판…“소비자 보호 기능도 역행"

▲금융감독원.
효율성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각 기능이 강화되기보다 금감원의 감독의 일관성과 독립성을 해치고 금융소비자 보호엔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날 국회 정책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최한 '기재부 금융위 조직 개편안 토론회'에서도 개편안의 한계에 대해 꼬집었다. 오창화 금감원 금융투자검사2국 검사3팀장은 앞서 2016년 금감원에서 시도한 '건전성-영업행위 감독 분리 운영' 당시를 예로 들며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금융상품 광고·판매 등) 규제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상호 보완관계"라며 “당시 직원끼리 서로 서류를 받지 않아 복도에 쌓여있었고 쌍봉형을 도입한 영국이나 호주 등 모두 실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금융소비자"라며 “막상 금융사고가 일어나면 금감원과 금소원 중 어느 곳에 민원을 넣어야 할지 헷갈리는 등 혼돈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기관의 책임 회피와 업무 중복 등의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며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면 소비자보호 체제에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융위 금융정책 조직이 재경부로 넘어가면 정책 효율성이 낮아질 것"이라며 “금융위가 하고 있는 혁신금융, 서민금융, 주택금융, 생산적 금융, 자본시장, 관세 등 수많은 현안 대응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에서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기업의 금융 진출이나 해외 스테이블 코인 및 지급결제(애플페이, 알리페이 등) 업체들의 국내 진출 등을 제대로 규율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금감위가 금감원·금소원의 상급 부처로 올라서고 금융위는 재경부로 편입되는 구조를 나타내면서 감독기관은 두 주체의 통제를 받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중복검사 문제나 양 측의 결론이 다를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편, 조직개편안 시행은 금융사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위의 임직원 징계는 해임요구, 직무정지, 문책경고를 포함해 최대 6단계의 징계권이 부여된다. 금융사들로선 실질적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데다 금융기관이 네 곳으로 나뉘는 동시에 '옥상옥'식 규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편에 따라 금소원 설립 예산은 금융사들이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에서 충당될 예정이다. 법인을 분리하면 인력·설비 비용도 중복으로 발생하게 된다. 금융권에선 연간 1000억~1200억원가량의 분담금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