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소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부과기준율 산정체계·가중·감경 마련
감경폭 최대 적용 시 8조원→2조원
“수수료 기준보다는 여전히 부담”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우려가 한풀 사그라들 전망이다.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우려가 한풀 사그라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배상 노력을 감안해 과징금을 감액해주는 세부기준을 마련해서다. 다만 소비자 보호에 강경한 현 정부 기조상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과징금 부과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시행령 및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개정안엔 △과징금 산정 기준 상품별·위반행위별 규정 △부과기준율 산정체계 마련 △가중·감경사유 마련 △과징금 추가 조정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금소법 위반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위법 정도와 소비자 보호 노력에 따라 실제 부담액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기존 금소법은 과징금 산정 기준금액을 '수입 등'의 50% 이내에서 부과하도록 규정했으나, 구체적인 산정 방식이 불명확해 일관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금소법상 과징금 상한이 다른 법률과 차이가 있음에도 금융기관 검사·제재 규정의 일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수입 등'의 범위를 상품별로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예금성 상품은 예금액, 대출성 상품은 대출액, 투자성 상품은 투자액, 보험성 상품은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는다. 위반행위의 특성상 거래금액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별도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과징금 산정 체계도 개선해 위법성의 정도를 세밀하게 반영도록 했다. 기존에는 부과 기준율이 50%, 75%, 100% 세 구간으로만 나뉘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사례를 참고해 하한선을 1%까지 낮추는 한편 위반의 중대성에 따라 1~30%, 30~65%, 65~100% 범위에서 세부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기준율을 적용한다.
과징금의 가중·감경 기준도 크게 손 보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위반으로 얻은 부당이득이 큰 경우 기본 과징금에 더해 가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반면 소비자 피해 예방이나 사후 수습 노력이 있었다면 감경을 적용한다. 소비자 보호 실태평가도 참고해 우수 평가를 받았다면 30% 이내, 내부통제 기준을 충실히 마련하고 이행한 경우라면 최대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깎을 수 있다. 감경 폭은 최대 75%까지만 허용한다.
이에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과징금이 최대 8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각종 감경 기준을 여러 건 충족하고 최대 감경폭을 적용해 단순 계산한 결과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자율배상률은 95% 이상에 달하고 있어 실질 과징금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라면 과징금 재편을 통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대규모 자본충격 우려도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된다는 평가다. 또한 은행권이 배상, 내부통제, 재발방지 노력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순기능도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과징금 산정 기준이 여전히 '판매금액'이기에 제재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이 판매액(투자원금)이기 때문에 수수료 기준보다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ELS 판매 규모 약 15조4000억원을 판매수수료 기준으로 계산하면 예상 최대 과징금은 9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감경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은행권은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게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 배상을 실시해 99% 이상 배상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 당시에도 자율배상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 감경에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과징금 산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재량권이 큰 까닭에 금융사의 대응이나 제재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과징금 책정에서 자율배상안에 적극 참여한 부분에 대해 당국이 어디까지 고려할지에 대해 이목이 모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배상을 실시한 상황이기에 과징금이 높지 않도록 기대하지만 불완전판매 원천 차단을 유도하려는 당국 기조가 있고, 소비자 보호에 강경한 상황이기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