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과징금 축소…개정안 입법예고
최대 8조원 부담 줄자 은행권 안도
생산적 금융 확대 위해 자본규제도 개선
“투자 여력 기업에” 유도…은행 역할 커져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관련 최대 8조원 규모로 예상됐던 과징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자 은행권은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다만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 기업투자 강화를 위한 은행의 역할 요구는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은 '수입 등'의 5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는데, 법령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거래 금액'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위법성 정도에 따라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약함 1~30% △중대 30~65% △매우 중대 65~100%로 세분화하고 가중·감경 사유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사전예방, 사후수습 노력 등 다양한 감경 기준을 충족할 경우 기본과징금의 최대 75%까지 감경받을 수 있다.
은행권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홍콩 ELS 사태 과련 과징금은 산정 기준이 판매액인 약 16조원으로 예상되며 최대 8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위법성 평가에서 낮은 단계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받으면 기본과징금이 줄어들 수 있고, 은행의 사후 수습 노력 등에 따라 기본과징금의 최대 75%까지 감면될 수 있다. 은행권은 홍콩 ELS 사태 후 손실 보상을 진행했고 진행률은 95%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감경 사유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드뱅크 출연, 교육세 인상,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등도 예고된 상황에서 홍콩 ELS 과징금이 줄면 은행권 비용 압박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부가 기업투자를 강화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은행권 역할은 더 강조될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에 대한 제재 수준을 줄여주는 것은 정부 기조에 맞춰 기업 중심의 생산적 투자를 확대하라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금융위는 지난 19일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본규제 개선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의 주식·펀드 투자 유인을 높이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강화해 기업투자로 자금 흐름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은행 보유 주식 위험가중치(RW)를 400%에서 250%로 줄이고, 단기 매매 목적이나 벤처캐피탈에만 400%를 적용하기로 했다. 주식 등 펀드 기초자산의 RW도 조정돼 펀드 RW도 줄어든다. 반면 주담대 RW 하한은 기존 15%에서 20%로 높여 가계대출 부담을 늘렸다. RW는 대출 등 자산이 부실화될 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은행이 보유한 자산 위험도를 반영해 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산정할 때 활용된다. 금융위는 주담대 RW 상향으로 신규 주담대가 연간 약 27조원이 감소하고, 주식 RW 하향으로 은행 위험가중자산(RWA)이 31조6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은행의 투자 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기업투자를 강화하라는 주문이지만, 기업대출 RW가 여전히 가계대출의 2배 이상으로 높다는 점은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은행권은 기업대출 RW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번 방안에 해당 내용은 빠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업대출 평균 RW는 43%가 적용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중 75조원은 민간·국민·금융권에서 구성할 예정이라 은행권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시중자금의 물꼬를 생산적 영역으로 바꾸는 '금융대전환'을 목표로, 벤처·기술기업 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 지원을 위해 조성하는 펀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보유주식과 국민성장펀드 출자분에 자본규제 인센티브가 부여돼 은행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된다"면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성장산업 관련 기업대출을 포함한 익스포저 확대에 따른 신용위험 관리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