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금융사기 범죄 고도화
청년·시니어세대 경각심 고취
금융사, 금융거래 절차 강화해도
‘심리적 지배’ 범죄 예방 역부족
정부, 보이스피싱 금융사 배상 추진
“범죄자 살찌우는 조치” 부작용 우려

▲최근 금융사들이 시니어, 청소년 등 세대를 가리지 않고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17일 호서대학교에서 우리은행 직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있다.
최근 금융사들이 시니어, 청소년 등 세대를 가리지 않고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고도화되면서 고령층뿐만 아니라 2030 세대도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사이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금융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게다가 정부가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금융사가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금융사 자체적으로 고객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동점포 서비스 '위버스'를 활용해 노인복지관 등을 직접 찾아 '금융체험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청소년을 위한 금융교육도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은 청년들을 위한 금융교육을 지방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달 17일 호서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실시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 '청년 WON MORE 금융닥터'가 대표적이다. '청년 WON MORE 금융닥터'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을 위한 우리은행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는 WON뱅킹에서 디지털 금융사기 취약계층인 시니어 고객들에게 AI 기반 체험형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고객들은 AI가 재연하는 다양한 사기 사례를 간접 체험하고, 전문가 해설을 통해 올바른 대처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 현업 부서 직원과 금융교육 전문 강사진이 지역별 사회복지기관 30여곳 이상을 직접 방문해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한다. 고령층 손님들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제고하고,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로부터 손님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부터 디지털 금융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에게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각사각 페이스쿨' 대상 지역을 확대한다. 서울, 경기를 넘어 대구, 부산, 광주, 전주, 대전, 춘천, 제주 등 전국 50개 복지관에서도 금융 교육을 실시한다.
금융권에서는 딥페이크, 음성변조 등 AI 기술을 활용하거나 개인정보를 탈취해 특정인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등 범죄 수법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금융교육을 늘리고 있다. 은행권 영업점에서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범죄 피해를 막고자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고객들은 범죄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당한 상태라 직원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범죄 수사권이 없는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이상 행동이나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등 인프라만으로 범죄를 막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금융사 등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토록 하는 '보이스피싱 무과실 책임보험' 법제화를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다. 금융사들의 배상 책임이 강화되면 금융사기 관련 금융소비자들의 경계심이 낮아지고, 범죄자들은 이를 역이용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범죄조직을 살찌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불폰을 범죄에 사용하는 식의 수법이 만연한 만큼 통신사가 선불폰 개통에 제한을 두거나 개통 절차를 강화하는 식으로 게이트키핑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보이스피싱의 1차적 책임은 통신사에 있음에도, 무과실 책임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