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수 논란’ 그 이후 – 월성원자력본부의 주민 인식, 어디까지 왔나”(1)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25 09:02

“생색내는 세금, 모욕감 준 국수 한 그릇"




“경주시민 분노, 정부·정치권까지 확산"


“공공기관의 오만한 시각, 신뢰 무너뜨리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홍보한다며 내건 현수막이 시민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무료 국수 먹었잖아'라는 문구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공공기관이 주민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본지는 이번 사태를 세 차례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논란의 본질


2:공공기관 홍보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


3: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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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 제공

​◇“무료 국수 먹었잖아"라는 오만한 문구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9월 15일, 경주 시내 대로변과 상권 곳곳에 걸린 월성본부의 현수막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5년 동안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 지방세로 2,190억을 냈다지요?"


“이번 벚꽃 마라톤 때 월성본부가 무료로 주는 국수도 맛있게 먹었잖아!"


시민과의 '상생'을 강조한다는 취지였으나, 표현은 오히려 “우리가 돈 내고 국수도 줬으니 고마워하라"는 시혜적 태도로 읽혔다. ​


민심은 폭발했다


현수막을 본 경주시민들의 분노는 컸다.


경주시 황성동 김모(52) 씨는 “공공기관이 세금 낸 걸 생색내고, 봉사를 국수 한 그릇으로 표현하다니…우리를 공짜밥 얻어먹는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 기분이 더럽다"고 말했다.


성건동 주민 이모(37) 씨는 “원전 때문에 불안해하며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겨우 '국수 한 그릇'으로 우리 마음을 달래려는 것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원전 갈등으로 민심이 흔들린 상황에서 이런 현수막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직격했다.


정치권·정부, 이례적 강도 비판


사건은 곧 중앙정치권으로 확산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SNS에 글을 올려“공공기관의 지원은 던져주는 동전 한 푼이 아니다. 주민 존중이 없는 소통은 모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무총리실은 즉각 감찰을 지시했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공기업의 태도라고는 믿기 힘들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결국 월성본부는 나흘 만에 현수막을 전량 철거했지만, 이미 여론은 등을 돌린 뒤였다.


월성본부의 해명과 입장


비판이 거세지자 월성원자력본부는 뒤늦게 입장을 내놨다.


월성본부 관계자는“지역사회에 기여해온 사실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한 의도였지만, 현수막 문구가 적절치 못했다. 표현 과정에서 지역민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불쾌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현수막 문안은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쳤으나 세심한 점검이 부족했다. 향후에는 지역사회 시각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내부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정례화하겠다."고 전했다.


또한“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고, 무엇보다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사건이 남긴 질문


이번 사태는 단순히 홍보 문구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홍보가 '성과 과시'에만 몰두하고, 정작 시민과의 진정한 소통은 실종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수 한 그릇'이라는 표현은 단순 홍보 문구를 넘어, 공기업이 지역 주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할 원전 운영 기관이 스스로 그 신뢰를 갉아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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