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급랭 속 집값은 꿈틀…정부 대책 ‘약발’ 약화, 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26 13:43

6·27·9·7 등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여전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매수심리·공급 불안이 가격 지탱

전문가 “단기 규제만으로는 한계…공급 확충 병행해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27 대책에 이어 9·7 부동산 대책까지 연달아 내놨지만 시장은 여전히 거래가 급감했는데도 집값은 강세를 보이는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거래는 빠르게 식었지만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아, 현금 부자들의 매수세와 구조적 공급 불안이 정책의 '약발'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하반기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6·27 대책 직후인 7월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천·관악·구로 등 조사 대상 12개 구 전체의 매매 건수가 6월 대비 82% 늘며 '막차 매수'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 반짝 거래는 오래가지 않았다. 8월에는 6월보다 18.8% 줄었고 9월(1~25일) 들어서는 무려 85.6% 급감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겹치며 단기간에 '급등 뒤 급랭'으로 돌아선 것이다.


거래가 얼어붙었지만 집값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1% 안팎을 꾸준히 유지했다. 2017년 이후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2017년 8월) △주택시장 안정 대책(2018년 9월) △주택시장 안정화방안(2019년 12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2020년 6월) 등 과거 주요 대책은 발표 10주 후 주간 상승률을 평균 0.03%까지 낮췄지만, 이번에는 그 효과가 미미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절보다 집값 억제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승세는 9·7 대책 이후 오히려 외곽으로 번졌다. 강남3구와 마용성에서 시작된 오름세가 노도강, 금천·관악·구로 등지로 확산되며 전형적인 '풍선효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와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7월 한때 크게 하락했지만 8월 이후 두 달 연속 반등해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주택가격에 대한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현금 유동성과 공급 불안을 대책 효과 약화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로 일반 수요는 위축됐지만 현금 부자들의 매수세는 규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가격을 지탱하고 있다"며 “강남·마용성뿐 아니라 노도강·금천 등 외곽까지 상승세가 번지는 것은 공급 불안 심리가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서울 인기 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가 집값 기대를 높이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재정비 사업이 지연되면서 신규 공급이 늦어지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집값을 단기간에 끌어내리려 하기보다 기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장기적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 규제 중심 대책은 단기 수요 억제에는 효과가 있어도 장기적으로 가격을 눌러두기는 어렵다"며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같은 추가 규제를 꺼낼 수 있으나, 과도한 규제는 분양시장까지 위축시켜 오히려 공급난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이 늦어지면 단기간 가격이 다시 튈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지역 지정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장 전문가는 “현금 부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눌러두기 어렵다"며 “공급 확대와 제도 보완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시장 안정을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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