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원화 약세 겹쳐 4달 만에 최고치
한미 통화스와프 기대↓…“체결돼도 상승”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1410원대로 높아졌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고, 대미 통상협상을 비롯한 리스크가 고조된 탓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1412.4원으로 5월14일(1420.2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380~1400원을 오갔으나, 지난 25일 1410원을 돌파했다.
달러인덱스(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이번달 들어 0.43% 상승한 반면, 원화는 달러 대비 1.58% 절하됐다.
당초 시장에서 당분간 1400원 수준의 환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과 달리 이같은 현상이 펼쳐진 원인으로는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이 지목된다.
7월30일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10%포인트(p) 인하하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약 494조원)의 대미투자를 단행한다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있어서는 구상이 달랐다.
한국은 지분 투자 비중을 5% 정도로 책정하고, 나머지는 직접적인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으로 하면서 일부를 대출로 채우려는 목표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3500억달러가 '선불'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 외환보유고의 85%에 달하는 액수로, 전액 투자가 이뤄지면 위기시 동원 가능한 '실탄'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외환보유고 급감에 따른 신용 저하 역시 환율 상승을 촉진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추이[자료=네이버페이 증권]
한국은 미국에 무제한·상설 통화스와프도 요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3500억달러의 '현찰 박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통화스와프의 체결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미 조지아주 소재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근로자들이 체포되는 등 양국 관계가 좋지 않은 점이 협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을 뿐더러 통화스와프가 이뤄진다 해도 투자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 만큼 환율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난 뒤 귀국길에 “일본처럼 일시에 (투자를)한다면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베선트 장관은 우리 외환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라고 발언했으나, 베선트 장관은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8월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상황에서 협상 결렬로 관세 25%가 확정되면 추가적인 타격도 불가피하다. 향후에도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무역 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관세는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며 "원화 환율은 우리 경제가 처한 대외적 현실의 차갑고 불안정함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