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 비자 같은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이 마구 밀려왔는데, 그 와중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눈앞에 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따라 기후 위기와 국제 협약에 적극 대응한다는 긍정적 시각과, 에너지 분야의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따라 국내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중후장대 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의 분리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금융투자자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녹색금융에 기여하고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전 정부 시기에 수립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며, 소형모듈형원전(SMR)이나 대형 원전이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점은 2035년 이후다.
그 사이 AI 데이터센터, 전기차·자율주행차 산업은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울 텐데, 전력 부족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철이나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으로 전력 수요를 상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기존 계획을 뒤엎기보다는 로드맵을 유지하되 재생에너지 목표의 조기 달성을 모색하는 편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에 기반한 정책이 요구된다. 전체 발전을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어 RE100을 달성하더라도, 철강·금속 등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열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기술과 역량으로는 2050년에 전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Net-Zero)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신기술 개발 및 실증에 힘써야 한다.
따라서 현재 관점에서 경제성이 낮아 보이는 수소, 암모니아, 탄소포집·이용·저장(CCUS)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화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른바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공공 및 민간 벤처캐피털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위기에 놓인 철강·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탄소 녹색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특히 녹색채권과 녹색여신)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대선 공약에서 강조된 2040년 석탄화력발전 폐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시장의 힘을 활용해 무탄소 발전으로의 전환과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일을 공공만으로 감당할 수 없으니, 민간 금융과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 및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에 대한 정책적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를 신속히 제공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신과 신호를 주어야 한다.
금융투자자는 구호보다 구체적인 결과, 정치보다 안정적인 정책, 돌풍 같은 인기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선호한다. 양대 강대국이 한국에 경제적·산업적으로 막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모두가 위기를 말한다.
바로 이 시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다. 전환과 혼란의 시대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할 만큼, 공공과 민간 자본을 조직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순발력 있는 전략 수립과 이행이 절실하다. 그것이야말로 금융투자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