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 LA에서 별세…향년 91세
침팬지가 도구 사용 것 최초로 밝혀내
생태보전 강조한 ‘희망 전도사’ 역할

▲제인 구달 박사 (사진=위키피디아)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가 10월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제인 구달 연구소는 구달이 미국 강연 투어 도중 자연적인 요인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침팬지를 연구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의한 구달 박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없는 열정으로 전 세계에 환경 보전의 메시지를 전한 '희망의 전도사'이기도 했다.
◇인간을 다시 정의한 발견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정규 학위를 갖지 않은 평범한 젊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동물에 대한 열정은 그를 1957년 케냐로 이끌었고,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와의 만남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 파견된 그는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인류학의 패러다임을 흔들었다.
그는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을 최초로 관찰해 '인간만 도구를 사용한다'는 통념을 무너뜨렸다. 이 발견에 대해 리키는 “이제 우리는 도구를 재정의하거나, 인간을 재정의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구달은 또 침팬지가 조직적으로 사냥하고 육식을 즐긴다는 사실, 복잡한 사회적 관계와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 그리고 집단 간 전쟁과 같은 어두운 본성까지 밝혀내며 인간과의 유사성을 조명했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오른쪽)이 탄자니아 곰비에서 와하 부족의 전통 치유자와 함께 약용 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사이언스북스]
◇비판과 성찰, 그리고 전환
연구 과정에서 그는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이며 인간적 관점을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동물의 개성과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는 오히려 새로운 시각을 열었다. 먹이를 통한 연구 방식 왜곡, 저서 표절 논란 등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그는 솔직한 인정과 성찰로 학문적 신뢰를 이어갔다.
1980년대 이후 그는 학자에서 환경운동가로 방향을 전환했다.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JGI)'를 설립했다.
1991년 청소년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을 시작하며 전 세계에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0세가 넘어서도 매년 300일 가까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환경 보전을 호소했다.

▲지난 2009년 한 행사에 참석한 제인 구달 박사(오른쪽) (사진=위키피디아)
◇한국과도 깊은 인연
구달은 일곱 차례 한국을 찾아 각별한 인연을 남겼다. 2004년 안양 학의천을 방문해 생태 복원 사례를 높이 평가하며 강에서 주운 조약돌을 '희망의 상징'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4년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는 '제인 구달의 길'이 조성됐고, 이화여대 강연에서는 수많은 학생·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DMZ 생태평화공원 구상에 지지를 표하고, 가리왕산 벌채와 돌고래 사육 문제 등 한국 현안에도 목소리를 냈다.
구달은 생전에 “희망은 행동이며, 우리는 매일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침팬지의 어머니'는 떠났지만, 그가 심어놓은 희망의 씨앗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행동 속에서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