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가스로 부담 낮췄지만…철강업계, 전기로·탄소규제로 ‘전기료 리스크’ 여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08 11:23

고온의 고로서 나온 가스 발전 등에 활용

산업용 전기료 인상 여파에 중요도 커져

‘탄소중립 징검다리’ 전기로 확대로 변수

부생가스 줄고 전기 사용 늘어 전기료↑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강화에 ‘전전긍긍’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의 전경. 사진=연합뉴스

철강사들이 고로(高爐:철 용광로) 부생가스를 재활용하는 발전으로 전기료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탄소감축 정책에 따른 전기로 전환 확대로 전기료 인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이행의 징검다리로 불리는 전기로가 철강업계에 확대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규제 강화로 철강사들이 전기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탄소감축 설비 지원과 전기료 인하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은 정부의 에너지·탄소감축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여파에 대비해 자체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경북 포항제철소와 전남 광양제철소를 포함해 지난해 전체 전력 소비량의 85.5%를 부생가스를 포함한 자가발전으로 조달했다. 지난해 외부에서 끌어다 쓴 전력량은 1만963톤줄(TJ)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자가발전 비중이 당진제철소 기준으로 약 60%, 전체 기준 40%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전기 사용량 가운데 나머지 60%가량인 약 2만7800TJ만큼 전기료를 부담한다는 뜻이다.




부생가스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제로 석탄을 쓰는 고로-전로 공정에서 발생한다. 코크스 생산부터 선철·조강 공정까지 거치며 나오는 가스는 공정 연료나 부생가스 발전소 연료로 쓰인다. 철강사들은 부생가스 발전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후화된 에너지 회수·발전 설비를 개선하고 부생가스 발생과 사용 현황을 실시간 예측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철강사들이 자체 발전을 늘리는 이유는 전기요금 인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말부터 킬로와트시(kWh)당 185.5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75.8% 인상된 수치다. 그동안 산업용 전력요금은 기업 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주택용보다 낮게 책정돼왔지만, 2023년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을 넘어섰다.


포스코는 별도 기준 올해 상반기 전력·용수료가 39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5% 늘었다.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전력·연료비로 1조2414억원을 부담했다. 전기로 비중이 상당한 현대제철은 한해 동안 전기료만 1조원 넘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기로를 늘리는 추세에서는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 비중을 늘리기 어려워져 철강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로와 달리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이나 직접환원철(DRI)을 이용한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는 환원 과정이 제철소 안에서 이뤄지지 않아 부생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철을 섭씨 1500도가량으로 가열할 때 전기를 쓰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도 늘어난다.


현대제철은 전체 조강 생산 중 31%인 564만t을 전기로로 생산해 전기 사용 비중이 큰 편이다. 현대제철은 2026년 1분기부터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체제도 가동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3.3%인 115만t 만 수준이라 비교적 부담이 작지만, 내년 중 연간 250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춘 전기로를 가동할 예정이라 남의 일이 아니다. 이에 양사 모두 궁여지책으로LNG 자체 발전 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탄소배출권 제도가 강화되는 움직임도 철강사들의 전기료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사들은 국내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규제가 약한 다른 나라로 사업장을 이전할 우려가 있는 '탄소누출업종'으로 지정돼 전량 무상 할당된다. 하지만 2026~2030년에 해당하는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 계획'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탄소 배출 감축 부담에 더해 전기료 상승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하소연이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발전 부문 기업에 유상으로 할당하는 비중이 2025년 기준 10%에서 2030년 50%로 확대되고, 배출허용총량에 시장 안정화 조치용 예비분이 포함된다. 업계는 kWh당 1원만 올라도 비용이 100억 원씩 불어난다고 보고 있다.


철강사들이 탄소 감축 목표를 원만히 달성하면서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철강과 석유화학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에서 기업이 탄소감축 신기술을 도입하면 설비 투자 등으로 늘어난 생산단가를 일정 비율 보전해주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3)'을 참고할 수 있다.


아울러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철강산업 특별 대책에도 전기료 인하 같은 지원책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기요금을 조정하면 보조금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등 일부 지역으로 한정·추진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승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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