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하지 않고 전세 끼고 아파트 매수하는 ‘갭투자’가 집값 상승 주범 ‘판단’
서울 전역 아파트 거래 시 실거주 의무화 해 실수요자끼리 거래하는 시장 형성
25억 초과 주택 2억 대출·15억 초과 대출 4억으로 묶어 집값 상승 지렛대 ‘약화’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값 14억원…평균 가격 수준 이하 아파트는 6억 대출 허용
“투기 수요 아닌 실수요자만 서울 아파트 사야…국민 주거 안정이 최우선 목표”

▲▲1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정부 관계 기관 합동브리핑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임진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15일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내놓을 만한 카드는 모두 나왔다"는 것이다. 서울시 전역·경기도 일부에 대한 사상 첫 3종 규제 적용을 통한 갭투자 전면 차단과 풍선 효과 예방, 서민 수요는 살리되 한강벨트 중심 고가 주택 수요는 줄이는 대출 정밀 규제, 투기 거래 억제를 위한 강력한 단속, 장기적으로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자산 비율 축소 추진 등 현 시점에서 정부가 실행 가능한 정책은 모두 망라됐다. 전격성과 파격성을 갖춰 시장을 제어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만하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단기적 공급 대책 등이 빠졌고 '핀셋형' 대출 규제도 효과가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과 전국 135만호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9·7 대책에 이은 세 번째다. 지난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불붙자 정부는 집값이 오를 만한 곳은 전부 규제해 투기성 거래를 묶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대출한도 및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까지 모두 옥죄는 '종합셋트'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사상 초유의 서울 전역 3종 규제 카드가 주목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 분당, 광명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일부 지역을 조정 거래 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한꺼번에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선 주택 거래 시 실거주가 의무화돼 '갭투자'가 원천 차단된다.
이는 '풍선 효과' 차단을 위한 전격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6·27 대책에서 강남 3구 외에 용산구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한 후 마포, 성동은 물론 분당, 과천, 광명 등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만큼, 이번에는 아예 집값이 오를 만한 주요 지역을 모두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줄곧 '국민 주거 안정'을 강조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시 갭투자 거래를 하는 것은 매수자가 자신이 사들인 주택에 실제로 살지 않으면서 실거주 하는 전세입자의 전세금을 끼고 추후 시세 차익을 노려 아파트를 매매하는 '투기'로 보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즉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실제로 해당 세대에 실거주를 할 실수요자만 사라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실거주 수요 안에서 발생하면 집값 과열 현상이 빠진다는 계산이다.
핀셋식 대출 규제도 서민, 실수요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15억원 미만의 주택은 기존대로 6억원까지 대출해주지만, 그보다 더 비싼 고가 주택의 대출은 대폭 축소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27 대책에서 주담대 한도를 이미 6억원으로 묶어봤지만 정작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선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상당수가 기존 주택을 팔고 매수 주택으로 갈아타는 '갈아타기' 위주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기존 집을 팔고 6억원을 더 얹으면 얼마든지 '상급지'로의 이동이 가능했다.
6억원 대출이 아파트 거래가에 스며 들어가 집값 상승의 지렛대로 사용된다는 시각 아래 당국은 아예 그 지렛대를 낮췄다. 특히 2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은 주담대를 최대 2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5억원에서 25억원 사이 해당 구간에 해당하는 고가 아파트도 대출을 4억원으로 묶었다.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의 고가 주택들에 대한 수요를 줄여 과열을 냉각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15억 이하 주택에 대해선 실거주 수요가 높다고 판단해 6억원 대출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8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 거래가는 약 14억원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인 14억~15억원 수준에 해당하는 주택과 그 이하 가격 주택들은 매매 거래 시 대출을 여전히 최대 6억원까지 받도록 허용해 실거주 수요가 거래에 어려움이 없도록 한 셈이다.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낸 것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중 모드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을 전격 공개했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유세·거래세 조정이 명시됐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거래 물량을 늘리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도 언급됐다. 이는 규제 지역 부동산 보유·거래세 중과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세제 개편에 소극적이던 정부·여당 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앞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취임 직후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인정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정책 목표가 국민 주거 안정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며 “세제는 가급적 최후 수단이고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를 활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으로 구체적인 개편 방안과 시기·순서는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 등을 감안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