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배터리 수출통제 살펴보니…미국보다 한국이 더 아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18 06:36

중국 정부, 11월 8일부터 배터리 품목 수출통제
군사용, 테러용, 대량살상무기용 등 사용여부 심사
중국의 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 수출 전량 한국이 수입
음극재 필수원료 흑연 및 차세대 소재 리치망간도 통제
소재 국산화한다면서 할당관세 0%, 정부의 정책 모순
화평법·화관법 제정으로 소재산업 붕괴된 게 가장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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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배터리 소재. 포스코퓨처엠

중국 정부가 내달 8일부터 배터리 및 관련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해 수출통제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실제 수출금지가 될 시 '니켈(N) 코발트(C)망간(M)' 전구체와 흑연 음극재 분야가 가장 뼈아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8일 광물업계 및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오는 11월 8일부터 리튬이온배터리 및 인조흑연 음극재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실시한다.


수출통제는 수출금지는 아니다. 중국 정부가 통제 대상 품목의 심사를 실시해 기준을 만족하는 곳에만 수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준은 이중용도 여부이다. 이중용도는 상업이나 일반적 사용목적으로는 수출을 허용하지만, 군사용·테러용·대량살상무기용 또는 수출통제 관리명단자에게는 수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업자들은 수출업자에게 수입품목이 이중용도 목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해관은 기재사항에 대해 완전성, 정확성, 진실성을 판단해 수출 허가를 내린다.




이번 배터리 수출통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무역공격에 대한 보복조치로 해석되나, 한국과 같은 미국 우방국에게도 얼마든지 같은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례로 미국 조선업 부활을 지원하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도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수출 전량을 수입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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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리튬이온배터리 및 관련 소재·부품·장비 수출 통제 내용.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무역협회

중국 정부의 배터리 관련 수출통제 품목은 크게 △배터리셀·팩 및 관련 장비 △양극재 및 관련 장비 △흑연 음극재 및 관련 장비로 나뉜다.


배터리셀·팩은 에너지밀도가 kg당 300Wh 이상인 리튬이온배터리 제품이 대상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 기준의 무역코드(HS코드)는 8507.6000이다. 한국무역협회 해외무역통계 자료를 통한 이에 해당하는 중국의 수출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총 수출액은 611억2047만달러이며, 미국(153억1448만달러)이 가장 많고, 독일(102만5524만달러), 한국(37억8792만달러), 베트남(37억921만달러), 네덜란드(24억659만달러) 순이다.


리튬이온배터리 충방전 장비인 권취기·적층기·전해액주입기 등(HS코드 8479.8999)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86억42만달러이며, 미국(9억2629만달러), 베트남(8억6156만달러), 인도(6억3797만달러) 등으로 주로 수출됐다. 한국 수출액은 2억4101만달러이다.


수출통제 대상인 배터리 양극재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니켈코발트망간(NCM) 수산화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수산화물이다.


LFP 양극재(HS코드 2842.9040)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2357만달러이며, 베트남(752만달러), 한국(595만달러), 대만(325만달러), 프랑스(172만달러), 일본(147만달러) 순으로 수출이 이뤄졌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수산화물(HS코드 2853.9030)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15억9501만달러이며, 한국(15억7465만달러) 비중이 98.7%로 압도적이다. 한국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주로 NCM 배터리 만들고,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도 주로 NCM 양극재를 만들고 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수산화물(HS코드 2853.9050)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5494만달러이며, 일본(5461만달러)이 99.4%를 차지했고, 한국은 33만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삼성SDI가 NCA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인조흑연 음극재의 중국 해관 HS코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기준 HS코드에 따른 한국의 인조흑연 음극재(HS코드 3801.10) 수입 현황을 살펴 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총 수입액은 1억4005만달러이며, 중국(9239만달러)이 66% 수준이고, 일본(2481만달러), 미국(1441만달러) 순으로 수입됐다.


또한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이 혼합된 음극재(HS코드 3824.99.9090)의 한국 총 수입액은 12억9391만달러이며, 중국(4억2786만달러)이 33.1% 수준이고 일본(3억1245만달러), 미국(1억7710만달러) 순이다.


실제 수출금지 시 가장 아픈 곳은 NCM전구체, 흑연음극재

중국의 배터리 수출통제가 실제 수출금지로 이어질 시 한국이 가장 뼈아픈 곳은 니켈코발트망간(NCM) 수산화물과 흑연 음극재이다. 수입액으로는 배터리셀이 가장 크지만, 셀은 자체 공급을 할 수 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수산화물은 전구체라고 불리는 물질로,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이다. 한국의 배터리 소재업체인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은 직접 전구체를 만들기도 하지만 중국에서 수입한 전구체를 토대로 양극재를 만들어 국내외 배터리 생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음극재료로는 흑연이 필수적이다. 흑연은 결정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리튬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ㅣ구조 변화가 작아 높은 용량과 우수한 수명을 제공한다.


인조흑연과 천연흑연 모두 원료로 사용되는데 인조흑연 성능이 더 우수하다. 인조흑연은 2500도(℃) 이상의 고열을 가해 흑연의 고결정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천연흑연보다 안정적이고, 리튬이온의 반복적인 충방전에도 결정구조의 변화가 작아 상대적으로 천연흑연보다 수명이 2~3배 우수하다.


다만, 인조흑연은 높은 열을 가해 흑연화 공정을 거쳐야 하는 관계로 가격이 천연흑연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음극재료로 인조와 천연을 혼합해 사용한다. 수입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도 중국에서 인조와 천연 흑연을 혼합한 음극재를 주로 수입하고 있다.


흑연 대체물질로 실리콘이 있으나, 실리콘은 부피팽창으로 인한 배터리 스웰링현상(부풀어오르는)과 수명단축 문제가 있어 현재는 흑연에 실리콘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중국, 차세대 배터리 '리치망간'도 통제 대상 포함

수출통제 품목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리튬 풍부한 망간계 양극재'이다. 망간 비중을 최대한 높여 '리치망간'으로도 불린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에서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너무 오르자, 가격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으로 고성능을 낼 수 있는 화합물을 찾은 것이 리치망간이다.


한국 배터리업계도 리치망간을 차세대 배터리로 정하고 기술개발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선제적으로 리치망간 화합물을 수출 통제에 포함한 것은 한국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소재 국산화한다면서 할당관세 0% 어불성설 정책, 화평법·화관법 제정으로 소재산업 붕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현대전에서 드론 및 무인항공기의 중요성은 매우 크고 이 기기들은 모두 배터리로 가동된다. 중국이 배터리 품목의 수출을 실제로 금지한다면 상업적 목적뿐만 아니라 군사분야에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은 수년 전부터 배터리 소재의 국산화 및 탈중국에 나섰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기업들의 소재 가공 기술력이 중국보다 월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지만, 이를 개선시켜야 할 정부가 계속해서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할당관세이다. 할당관세는 업계 의견수렴 등을 통해 특정품목의 관세를 40% 범위에서 일정기간(대부분 1년) 올리거나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매년 여러 개의 배터리 품목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소재에 집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배터리 소재 생태계가 살아남거나 형성되지 못하고, 계속 저가의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정책 및 입법 실수가 있다고 전문가는 진단한다. 2013~2015년 제정된 이른바 화평법·화관법으로 불리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이 법은 화학물질에 대한 취급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소재를 국산화한다면서도 소재 할당관세를 0%로 하는 정부의 어불성설 정책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화평법·화관법 제정 이후 화학물질 취급이 매우 어렵게 되면서 소재산업 밑단부터 붕괴된 게 가장 크다"며 “소재의 탈중국 및 자립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근본적 문제부터 개선해 전반적인 산업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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