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래 전장의 서막…ADEX 2025 키워드는 ‘AI·무인·우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20 15:03

한화그룹 ‘AI 국방’ 선언…K-9 자주포 진화부터 우주까지

KAI, KF-21 보라매에 ‘AI 날개’…본격 MUM-T 시대 연다

대한항공, 스텔스 무인 편대기 첫선…미래 전장 ‘게임 체인저’

LIG넥스원 ‘K-방공망 벨트’로 세계로…‘하늘의 수호자’ 공개

현대로템, 지상 넘어 우주로…‘종합 방산 기업’ 도약 선언

미래 전장의 해법을 제시하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가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20일 국내외 방산 관계자들로 북적이던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은 인공 지능(AI)·유무인 복합 체계(MUM-T)·우주 기술이 단순한 구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증명하는 경연장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들은 저마다의 청사진을 내걸고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섰다. 각 부스에서 오가는 대화와 첨단 무기체계의 위용 속에서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엿봤다.


K-9 자주포의 진화 로드맵과 MUM-T 존에 전시된 무인 차량들. 사진=박규빈 기자

▲K-9 자주포의 진화 로드맵과 MUM-T 존에 전시된 무인 차량들. 사진=박규빈 기자

한화그룹 방산 3사의 거대한 부스에 들어서자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내일을 위한 AI 국방(AI Defense for Tomorrow)'라는 슬로건 아래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모든 무기체계에 AI를 접목하려는 야심이 엿보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K-9 솔루션' 존에 전시된 K-9 자주포의 진화 로드맵이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9A2는 포탑 자동화로 운용 병력이 3명으로 줄고, K-9A3는 완전 무인화된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통해 1대의 사격 지휘 장갑차가 최대 3문의 K-9A3를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미래 전장의 모습이 그려졌다.




MUM-T 존에서는 유럽 최대 무인차량 기업과 협력해 한국 지형에 최적화한 궤도형 무인 지상 차량(UGV) '테미스-K'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스페이스 존에서는 다음 달 4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 모형이 관람객을 맞았다. 한 관계자는 “2032년쯤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주를 향한 비전을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다목적 무인기(AAP) 시제기.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다목적 무인기(AAP) 시제기.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의 핵심 화두는 단연 'MUM-T'였고, 이목을 끈 것은 이번에 처음 실물 크기로 공개된 다목적 무인기(AAP)였다.


KAI 관계자는 “해당 무인기가 나중에는 KF-21이나 FA-50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윙맨'이 될 것"이라며 “사람이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개발 중인 'AI 파일럿'이 탑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AP는 자폭·기만·표적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미래 공중 전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전익 존에서는 육군 항공의 새로운 주력이 될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실물이 위용을 뽐냈다. LAH 역시 헬리콥터에서 사출되는 무인기(ALE)와 함께 작전을 펼치는 '헬리콥터 MUM-T'로 진화하고 있으며, 2030년 실제 운용을 목표로 연구가 한창이다.


한편에선 관람객들이 AI 파일럿과 직접 공중전을 벌여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긴 줄을 만들며 인기를 끌었다.


ADEX에서 최초로 공개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시제기(가운데)와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들. 사진=박규빈 기자

▲ADEX에서 최초로 공개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시제기(가운데)와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들. 사진=박규빈 기자

대한항공 부스는 미래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인공은 이번 ADEX에서 최초로 공개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시제기였다. 유인 전투기 1대와 무인기 3~4대가 편대를 이뤄 감시·정찰·정밀 타격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MUM-T의 핵심 기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관계자는 “지금 보시는 것이 실제 크기의 2호기이고, 1호기는 현재 지상 시험 중"이라며 “2026년 상반기에 단독 초도 비행을, 2027년에는 유·무인 복합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연장 로켓에서 최대 9발을 연속 발사하거나 항공기에 장착해 공중에서 미사일처럼 투하할 수 있는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도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 대한항공은 AI 기술 선도 기업인 미국 안두릴 등과 협력해 무인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ADEX 2025 LIG넥스원 부스에 전시된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KALCM, 상단)과 다층 방공망 솔루션(하단 왼쪽), 전자전기 시스템(하단 우측). 사진=박규빈 기자

▲ADEX 2025 LIG넥스원 부스에 전시된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KALCM, 상단)과 다층 방공망 솔루션(하단 왼쪽), 전자전기 시스템(하단 우측). 사진=박규빈 기자

'탐지-방어-장악-지배-지휘'라는 5개 구역으로 구성된 LIG넥스원 부스는 자사의 미래 전장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특히 KF-21에 탑재될 국산 항공 무장 체계가 전면에 나섰다.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을 필두로 장거리·단거리 공대공 유도탄이 위용을 드러내며 '자주 국방'의 의지를 과시했다.


LIG넥스원이 제시한 'K-방공망 벨트' 비전도 주목할 만하다. 고고도 요격 체계 'L-SAM'부터 천궁-II(중고도)·해궁(함대공)·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에 이르기까지 고도별로 촘촘하게 짜인 다층 방공망을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포부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단순히 유도탄뿐만 아니라 전자전과 감시 정찰 등 모든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해 아군 전투기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하늘의 수호자' 전자전기 사업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사업은 8년 반에 걸쳐 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2034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수소 연료 전지를 기반으로 개발한 무인 플랫폼 '블랙 베일(Black Veil)'과 우주 발사체에 적용될 재사용 메탄 엔진. 사진=박규빈 기자

▲현대로템이 수소 연료 전지를 기반으로 개발한 무인 플랫폼 '블랙 베일(Black Veil)'과 우주 발사체에 적용될 재사용 메탄 엔진. 사진=박규빈 기자

지상 무기 체계의 강자 현대로템은 이번 ADEX를 통해 '지상에서 우주까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과연 지상을 넘어 우주로, 내연 기관을 넘어 수소 동력으로 향하는 현대로템의 야심찬 비전이 전시장에 가득했다.


부스 전면에는 세계적 추세인 재사용 발사체에 적용될 메탄 엔진과 극초음속 비행체의 핵심인 이중 램제트 엔진 등이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물론 기존 주력 제품군의 진화도 멈추지 않았다. 폴란드 현지 수요에 맞춰 능동 방호 장치(APS) 등을 탑재한 폴란드향 K-2 전차(K-2PL) 실물이 최초로 공개됐고 수소 연료 전지를 기반으로 한 무인 플랫폼 '블랙 베일'(Black Veil)도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블랙 베일은 저소음 기동이 가능해 은밀한 임무 수행에 적합하다"며 “이 기술을 향후 차륜형 장갑차나 전차 등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