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X 2025] ‘게임 체인저’ MQ-28 연내 미사일 발사 시험 예고
F-15는 ‘쿼터백’, E-7은 ‘사령탑’으로 진화 언급
“네트워크 중심 전장, 적에게는 ‘다중 딜레마’ 될 것”

▲랜디 로티(Randy Rotte) 보잉 인도·아시아·태평양·동남아시아 지역 사업 개발 총괄이 20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현장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이제는 특정 전투기의 속도나 탑재량 같은 개별 성능이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위성부터 전투기, 무인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스템이 하나의 거대한 팀을 이뤄 어떻게 유기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느냐가 미래 공중전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20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현장에서 보잉 코리아는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랜디 로티(Randy Rotte) 보잉 인도·아시아·태평양·동남아시아 지역 사업 개발 총괄은 '패밀리 오브 시스템즈(Family of Systems)' 개념을 소개하며 미래 공중전의 청사진을 이같이 제시했다. 유인기와 무인기가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인간 조종사의 부담은 획기적으로 줄이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보잉은 △MQ-28 '고스트 뱃' △F-15 전투기 △E-7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를 중심으로 한 공중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교전하는 AI 무인기, MQ-28 '고스트 뱃'
'패밀리 오브 시스템즈'의 최선봉에는 보잉 호주 법인이 개발한 자율형 무인기 MQ-28 '고스트 뱃'이 선다. 협업 전투기(CCA, Collaborative Combat Aircraft)로 불리는 이 무인기는 기존에 인간이 원격으로 조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도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로티 총괄은 “조종사가 지상 통제소나 유인기 후방석에서 태블릿을 이용해 MQ-28에 '방어 제공 임무'와 작전 구역과 허용 가능한 위험 수준 등 대강의 임무 지침만 내리면 이후 이륙부터 임무 수행·착륙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호주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MQ-28은 단 두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활주로 이동·이륙·정찰 임무 수행·착륙 후 지정된 장소로의 이동과 엔진 정지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MQ-28은 2021년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 4년간 150회 이상의 비행과 2000시간 이상의 디지털 환경 비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왔다.
로티 총괄은 “현재 존재하는 CCA 플랫폼 중 가장 성숙한 단계에 와있다"고 자신하며 “올해 연말까지 공대공 미사일 실사격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험 역시 사전에 입력된 교전규칙(Rules of Engagement)에 따라 표적 탐지, 추적, 교전 결정 등 전 과정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MQ-28은 임무에 따라 기체 전방 부분을 통째로 교체하는 '모듈식 설계'를 채택해 정찰(ISR) 임무용 장비와 공중전 임무용 장비를 수십 분 내에 바꿔 장착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췄다. 이는 F-15와 같은 유인 전투기 비용의 일부에 불과한 가격으로 생산되어, 조종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임무에 먼저 투입될 수 있다.
'쿼터백' F-15와 '사령탑' E-7의 팀 플레이

▲알랜 가르시아(Alain Garcia) 보잉 코리아 방산 대표가 질의응답 시간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알랜 가르시아(Alain Garcia) 보잉 코리아 방산 대표는 현대화된 F-15의 역할을 미식 축구의 '쿼터백'에 비유했다. 과거 단독으로 '킬 체인(Kill Chain)'을 수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E-7 사령탑의 작전 지시를 받아 MQ-28과 같은 팀원들을 지휘하며 거대한 '킬 웹(Kill Web)'을 완성하는 야전 지휘관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최신 F-15는 의도적으로 복좌형(2인승)으로 설계됐다. 후방석 조종사는 무인기를 통제하고 전장 상황을 관리하는 임무에 집중함으로써 전방석 조종사가 오롯이 전투기 조종과 교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끊임없이 쏟아지는 전장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통신 및 항공전자 장비가 대폭 업그레이드 됐고 향후 새로운 위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수 주에서 수개월 내에 새로운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개방형 아키텍처로 설계됐다.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E-7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는 이 모든 시스템을 지휘하는 '헤드 코치' 또는 '사령탑'의 역할을 맡는다. E-7은 우주 위성을 포함한 육·해·공의 다영역(multi-domain)에서 수집된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하고 분석해 아군 모두가 동일한 전장 상황을 공유하는 '공통 전술 상황도'를 제공한다. 기체 내부에 10개의 항공관제사 좌석을 갖추고 있어 공중전 지휘·수색·구조 등 여러 유형의 임무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을 자랑한다.
가르시아 대표는 “E-7이 수립한 게임 플랜이 F-15 쿼터백에게 전달되고, F-15는 현장에서 MQ-28을 직접 통제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완벽한 팀플레이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취약점? 오히려 적에겐 더 큰 혼란"
브리핑에서는 소수의 E-7과 같은 핵심 자산에 의존하는 네트워크 중심 체계가 적의 공격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취약점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가르시아 대표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맞지만 이는 오히려 적이 우리의 전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그는 “거미줄(Web)의 한 부분이 공격받더라도 다른 경로와 다른 자산을 통해 킬 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며 “이는 적에게 어떤 것을 먼저 공격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시나리오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티 총괄 역시 이를 “적에게 '다중 딜레마(multiple dilemmas)'를 안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보잉은 이러한 '패밀리 오브 시스템즈'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르시아 대표는 “MQ-28은 보잉의 항공기가 아니더라도 연동이 가능하다"며 한국이 개발 중인 KF-21 전투기와도 충분히 한 팀을 이룰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 시스템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플랫폼과도 협력이 가능하다"고 언급해 향후 한국 공군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