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승의 부동산뷰]‘뜨거운 감자’ 보유세…“공급 늘리려면 필수, 내년 지방선거 전 도입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22 14:17

정부, 내년 거래절벽 대비해 보유세 강화 검토

공정비율 상향·공시가격 현실화 등 방안 유력

조세 저항에 지선 앞두고 당정간 잡음 감지돼

“도입하려면 내년 적기…지연시 효과 어려워”

부동산뷰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의 후속으로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불리할 수도 있어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 여부·시기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 카드가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또 궁극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 개막' 등 자산 구조 변화를 가져올 핵심 카드로 보고 있다. 다만 집값 안정을 위해선 조기에 추진하고, 징벌적 보유세는 자제하는 등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자산 보유 수준에 따른 부담 능력과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세제 개편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세제는 최후의 카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지만 내년에는 부동산 공급 절벽이 급격히 심화되는 만큼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선 다주택자들의 보유 물량을 시장에 내놓도록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세제 개편안의 방향은 보유세를 확대하되,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뼈대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시지가 현실화,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를 통해 다주택 보유자들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가 해외 주요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세제 개편 필요의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 2023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0.33%의 절반에 그쳤다. 미국(0.83%), 일본(0.49%)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실효세율은 실제 납부하는 보유세가 부동산 시장가 대비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를 뜻한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LH개혁위원회 민간위원)은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조건으로, 이 토대가 마련되지 않으면 공급만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며 “사회 전체가 부동산 시세 차익을 전제로 움직이면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어 결국 사회가 나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정부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며 정책을 짜야 하니 보유세는 몸에 좋은 쓴 약인 셈"이라고 정책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공정비율·공시가 현실화율 상향 유력…소득·지역별 차등화도 제언

현재 유력한 보유세 개편 방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즉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위해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을 반영하는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거론된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이를 80%에서 60%로 낮췄는데 이를 다시 8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똘똘한 한 채' 심화를 막기 위해 기존처럼 주택 수에 한정해 과세하지 않고 고가 1주택 등 주택 가액 특성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자에게 최대 80%까지 공제를 제공해 실거래가 기준 약 17억원에 이르는 주택까지 과세를 면제한다. 고가 1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무력화한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부활하는 방안도 주요 검토 사항으로 분석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69%이나, 실제 시세보다 낮고 부동산 유형별 반영률이 달라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연구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내년도 공시가격 발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소득 구간별로 보유세를 차별화하거나, 지역간 양극화 완화를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보유세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의 정책 설계는 의미 있어 보인다"며 “올해 강남이나 한강변의 경우 집값이 10% 이상 오른 만큼 세율 자체를 올리는 것보다 공시 가격이 올라가면서 세금도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징세를 넘어서는 징벌적인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50억원짜리 한 채를 보유한 사람과 5억원짜리 세 채를 가진 사람의 경우,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나 종부세가 훨씬 높게 책정되고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차등 과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울만 봐도 25개 자치구 간 평당 가격 격차가 4배에 이르러 지역별 차등화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동 단위로 구분할 수도 없으니, 지역별로 과세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유세 확대 시 1주택자 불편↑…지선 임박·조세 저항에 당정간 의견차 나와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어 보유세 강화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 등은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소득세는 높다 보니 '록인 이펙트'(매물 잠김 효과)가 굉장히 크다"며 “팔 때 비용(양도세)이 비싸다 보니 안 팔고 그냥 (집을) 들고 있다"며 보유세 개편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도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부르는 용어)를 포함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주택 보유 수요를 억제하려면 금융규제보다 세제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취득세 등을 모두 강화했으나, 집값을 잡지 못해 정권 교체를 당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일각에선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으로 실수요자까지 집을 매매하기가 어려워지고 전·월세 시장 까지 불안해지는 등 무주택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보유세가 강화되면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월세로 전환하고 세금 부담을 월세에 전가해 세입자에게 떠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표심이 들끓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여당이 세제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언급을 부담스러워하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인하는 민주당의 오랜 정책 방향"이라면서도 “구 부총리가 얘기한 (보유세 인상)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보유세와 관련해 당의 공식적 입장은 안 나왔다"며 “국민적 감정이 굉장히 집중되는 과제이기에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일각에선 정부가 세제 강화안을 내놓더라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 “보유세 강화하려면 내년이 적기…지연 시 효과 반감될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조기에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6월 1일을 기준으로 과세되는 만큼 정부가 원하는 다주택자 보유 물량의 유동화를 위해선 그 전에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세제 개편이 내년 6월 이후로 미뤄진다면, 임기 중반인 2027년에야 보유세 인상이 현실화된다. 이 경우 집주인들이 이전 정권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내준 전례를 의식해, 매물을 내놓지 않고 '관망 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괜히 한 발 늦은 대응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지방선거가 있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런 이유로 미루면 지선이 끝나면 총선·대선이 이어지니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면서 “내년에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금 결졍해 부과 관련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도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가 늘 간당간당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보유세 강화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이로운 방향이니 그 결과를 가지고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하면 많은 비판이 일겠지만, 보유세를 도입해야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내린다더니 진짜 내렸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명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추진한다면,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보유세 세수를 모두에게 동일하게 기본소득 형태로 분배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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