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문엔 원아시아 펀드에 “출자자와 특별한 관계”
영풍, 최윤범 회장 ‘5600억 친분 투자’ 책임론 제기 나서
고려아연 “LP, GP 개인 행위 파악 불가, 합법 절차 거쳐”

▲영풍·고려아연 CI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펀드 자금 유용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고려아연의 5600억 원대 펀드 출자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은 “최윤범 회장 개인의 친분을 바탕으로 한 비정상적 투자"라며 내부통제 붕괴를 주장하고 나섰고, 고려아연은 “정상적인 자금 운용이었으며 LP(투자자)가 GP(운용사) 개인의 행위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23일 영풍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는 지난 21일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횡령)로 지창배 대표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이번 판결은 단순한 투자 실패를 넘어 최윤범 회장 체제의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붕괴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영풍 측은 특히 법원이 판결문에서 “피해 펀드의 출자자들이 일반투자자가 아니고,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명시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고려아연의 원아시아 출자가 통상적인 회사 자금 운용이 아닌 '친구에게 맡긴 돈'이라는 성격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며, 해당 펀드가 '특수 관계자 펀드'였음을 명확히 한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지창배 대표는 중학교 동창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은 2019년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인 원아시아에 최 회장(당시 사장) 취임 직후인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5600억 원을 출자했다. 영풍은 이 과정에서 상장사라면 필수적인 △이사회 보고 △리스크 심사 △외부 실사 등의 절차가 전무했으며, 이사회 또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영풍은 법원이 “출자자들의 문제 제기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점을 근거로 고려아연 경영진이 지 대표의 횡령 사실을 알고도 묵과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투자 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8개 펀드 중 6개 펀드에 96.7%의 지분을 출자한 사실상의 단일 출자자(LP)로서 운용사(GP)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받아 자금 흐름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는 심각한 내부 통제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에 대해 “재판 결과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과 짜깁기를 바탕으로 당사의 기업 가치를 반복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펀드 구조상 GP가 출자금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며, 이는 GP의 고유 권한이자 책임"이라며 “특히 LP가 GP에 속한 특정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기본 상식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의 성격에 대해서도 “재무적 목적에 따라 여유 자금을 운용하는 일반적인 자산 운용 방식"이라며 “당사는 여유 자금을 운용하는 실무 부서에서 자체 유동성과 수익성 측면의 검토를 거쳐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관련 투자를 진행해 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또한 “당사는 앞서 이 해당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충분한 설명을 해왔다"며 “이러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와 출자는 내부 위임전결 규정과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집행했으며, 법령을 위반한 사항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국정감사에서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MBK 펀드에 출자한 LP들이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를 멈추고, 각종 환경 문제와 제재, 그리고 기업생태계와 해킹사고 등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당사자들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