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관세협상·트-김 회담…한반도 외교·경제 ‘분수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26 15:00

10월27일~11월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막

한미 정상회담서 관세협상 결론 낼 지 주목

‘6년만’ 미중 정상회담도 ‘세계적 관심사’

트럼프-김정은 전격 회동 가능성도 제기돼


(성남=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

▲(성남=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0.26 superdoo82@yna.co.kr

2025년 10월 마지막 주,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 남쪽 경주로 쏠린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열린다. 우리나라는 최대 현안인 한미 관세협상을 진전시켜야 하는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게다가 북미 정상 전격 회동 가능성까지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과 북핵 등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외교·안보와 경제가 분수령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잰슨황 엔비디아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등 주요 경제인들도 총출동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신, 공급망과 무역 투자 환경 개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 확대, 기술·산업 협력 등 큰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26일 정부·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주 보문단지 일원에서 2025년 APEC 정상회의 주간이 개최된다. 27일부터 28일까지는 최종고위관리회의, 29~30일은 합동각료회의, 31부터 다음달 1일까지는 정상회의가 각각 열린다. 전세계인들은 이번 경주APEC이 격변하는 국제 질서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놓을 수 있을지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주목할 행사는 29일 오전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간 정상회담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8월 말 큰 틀에서 합의된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 사항을 놓고 이견이 펴출돼 최종 사인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한국에 물리기로 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춰주는 대신 우리나라가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합의와 관련해 펀드의 규모와 구성 등을 두고 양국간 입장차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액 직접 투자, 즉 선불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 등을 섞어야 한다고 설득 중이다.



최근까지 협상 결과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000억 달러를 '할부'로 현금 투자하고 남는 1500억달러는 신용보증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회담에서의 타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합의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자랑하기 위해 다소간의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면서 “(한미간 협상이)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한미 간 견해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극적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 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경주 APEC때 한미 정상간 협상 타결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은 또 원자력협정 개정 등 안보 관련 현안에 대해선 거의 협상을 마친 상태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사전행사'격이 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1박2일간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서둘러 돌아와 경주APEC, 한미 정상회담 등을 준비해야 하는 '슈퍼위크'를 맞게 됐다.


오는 30일 오전 열릴 전망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두 정상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 대면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였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도 지난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100% 관세를 부과했다 유예하는 등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조우하게 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한국에서 시 주석과 꽤 긴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 “시 주석을 만나 가장 먼저 질문할 것은 펜타닐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중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등 무역 의제는 물론이고 핵 군축까지 논의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을 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아시안 순방을 나서면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북미 대화의 선제 조건으로 걸고 있는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일부나마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 북미 정상 회동을 통한 북핵 문제 진전, 한반도 평화 정착 등을 강력히 희망하면서 앨리슨 후커 국무부 부장관 등의 방한, 유엔군사령부의 판문점 특별견학 중단 결정, 북측의 최근 판문점 시설 미화작업 동향 등을 '징후'로 소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인들이 총출동하는 경제 행사도 열린다. 29~31일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2025'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마케팅 부문 부사장, 안토니 쿡 마이크로소프트(MS) 기업 부사장, 사이먼 밀러 메타 부사장, 에릭 에벤스타인 틱톡 공공정책 총괄 등 글로벌 빅테크 핵심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들은 'Bridge, Business, Beyond'를 주제로 AI,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DX), 미래 의료, 지속가능 경제 등 글로벌 경제 아젠다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제 전략 설정과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 확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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