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 비서관을 AI 수석실에 둔 게 잘못이라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29 10:18

대통령실 인구정책 비서관 장기간 공석에 비판 쏟아져
AI 수석실에 인구정책 비서관 배치한 직제에 의문 제기
“AI가 인간의 노동력 대체…미래지향적 인구정책 포석”
“역대 정부 저출생·고령화 정책 실패…발상의 전환 필요”

저출산·고령화(CG)

▲저출산·고령화(CG) [사진=연합]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실 산하 인구정책 비서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저출생 고령화 추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시급한 인구정책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인구정책 비서관 인선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대통령실 직제를 꼽기도 한다. 인구정책은 사회수석실이 담당해야 하는데 혁신산업 전략을 맡은 부서에 둔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인구정책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AI

작년과 올해 출생률이 다소 올라가고 있으나 저출생 고령화가 고착될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정책을 진두지휘할 비서관을 장기간 공석으로 놔두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인구정책 비서관을 AI미래기획수석실에 둔 직제 탓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는 지적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 인구정책에서 AI가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출생과 이로 인한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사실에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력이 급속히 줄어들 게 뻔하다. 그 결과 청년 한 명이 다수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초고령 사회의 저주'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파국을 막으려면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한 사람의 근로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출생률 증대와 더불어 인생 이모작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노동력 감소로 경제성장이 추락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청년층의 노인 부양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런 논리로만 보면 인구정책 비서관을 사회수석실에 배치하는 게 맞는다.



그러나 AI 활용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가 인구정책의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인이다. 노인 돌봄 서비스에도 AI 활용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AI는 인구 감소 또는 인구 소멸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노동력 부족과 노인 부양 부담 증가를 보완하며 적은 인구로도 사회와 경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 조직도

▲대통령실 조직도. [사진=대통령실]

◇인간 노동력 빠르게 대체하는 AI가 인구 감소 해법

예컨대 AI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는 스마트 팩토리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한다. 서비스 분야에서 필요한 노동은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무인 편의점, 챗봇 등이 대신한다. 첨단 AI 기술은 의사와 변호사, 프로그램 개발자, 연구원 등 전문직 업무를 보조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등은 이미 생산성 향상에 활용되고 있다.




노인 돌봄과 의료 서비스도 AI의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다. AI는 의료 영상을 분석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맞춤형 건강 관리를 제공한다. 돌봄 로봇과 AI 스피커는 노인의 식사 시간과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낙상 같은 응급 상황을 감지해 의료 기관에 즉시 전달한다.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AI는 노인의 대화 상대로 정서적 지원도 해준다. AI 기반 자율주행 버스나 드론 배송 등을 통해 교통과 물류 기반 시설이 부족한 소외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학생별 맞춤형 교육 등 공공 서비스와 에너지, 신소재, 신약 등 첨단 산업의 연구개발(R&D)에서도 인간이 하기 힘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 중이다.


◇AI시대 미래지향적 인구정책 펼칠 적임자 임명해야

짧은 기간에 출생률을 높이는 일은 쉽지 않다. 적정 인구를 유지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AI 활용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는 AI를 잘 알아야 제대로 된 인구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혁신산업을 담당하는 AI미래기획수석실에 인구정책 비서관을 둔 이유다.


참여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AI를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AI 로봇이 노인을 부양하면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인구정책 비서관을 AI 수석실에 배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이제는 인구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며 “역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모두 실패한 만큼 인구정책 비서관 인선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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