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연구 보고서
미국만 화석연료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GDP 1%↑
나머지 국가들은 경제적 손실 발생…한국은 0.4%↓
재생에너지 확대 포기하면 피해 더 커져…“공유지의 비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화석연료 정책과 반(反)친환경 기조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는 더욱 멀어지는 선택으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어가더라도 기후 재앙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화석연료 수출을 확대하고 친환경 규제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들이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미 국내총생산(GDP)가 기본 시나리오 대비 약 1% 더 높게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본 시나리오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이 미국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속할 경우 전 세계 GDP는 기본 시나리오 대비 0.2%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 GDP가 0.4%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반영한 결과다.
BE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같은 경제적 효과는 향후 25년간만 제한적으로 나타날 뿐"이라며 “2050년 이후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물리적 피해가 본격화해 폭염·홍수 등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가속화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동시에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미국은 자국 내외로 화석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등과 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산 에너지 수출 판로를 확대한 데 이어, 각국에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한 국경과 전통적 에너지원이 있어야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며 “녹색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기조는 친환경 기조는 오는 10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도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이번 COP30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각국 지도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처럼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다. 실제로 국제해사기구(IMO)는 미국의 강한 반대 속에 해운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와 탄소배출 가격 책정 제도 도입 결정을 1년 연기하는 결정을 지난달 내렸다. 이는 다자간 환경 규제 노력의 후퇴로 평가된다.
BE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녹색 후퇴가 다른 나라들의 유사한 정책 전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세계 각국의 경제적 손실은 더욱 클 전망이다. BE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이 모두 청정에너지 전환을 포기할 경우, 2050년까지 미국과 세계 GDP는 각각 1%가량 위축되고,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5%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GDP는 약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엘레오노라 마브로이디와 마에바 쿠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만 홀로 에너지 전환에서 발을 빼면 미국이 승자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하면 미국을 포함해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이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경제적 이론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인의 이익 극대화가 공동체 전체의 파국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BE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반론도 제기됐다. 게르노트 바그너 컬럼비아대 기후경제학자는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은 결국 국민 건강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희생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비영리 연구기관 에너지 이노베이션의 로비 오비스 연구원은 “BE의 경제 모델은 현실의 정책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특히 청정에너지 확대의 핵심인 세엑공제와 같은 인센티브가 빠졌다. 보다 더 포괄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