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동산정책 성공, 국토균형발전에 달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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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정치경제부 차장

정부가 지난 9·7 대책을 통해 전국에 주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 시장에 진짜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시행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처럼 계획경제 하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주택 공급책을 수행하기엔 현재 대한민국은 민간 자본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일단 소비자들부터 정부가 짓는 집이 아닌 민간 건설사가 짓는 집을 원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이상적인 대규모 공급책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른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국토균형발전이다. 물론 우리나라 모든 재원과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당장 지방을 살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현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이다. 정부가 행정부 대부분을 세종시로 보냈지만 여전히 대통령이 서울에 상주하고 국회가 여의도, 사법부가 서초동에 있어 행정수도 이전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또 행정부가 세종에 내려갔지만 여전히 행정부 수반과 주요 정부 기관은 서울에 있어 수많은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왕복하고 있다.


가족들은 서울에 거주하고 공무원만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꼴이 되면서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효과가 감소됐다. 공무원 가족이 서울에 계속 거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교육' 문제다. 직장은 멀더라도 부모가 좀 고생하고 말지, 자녀 교육은 서울에서 시키겠다는 것이다.



공기업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여전한 것도 결국 부모는 얼마든지 직장이 멀어도 이를 감수하고, 자녀 교육은 서울에서 시키겠다는 '맹모민국' 마인드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나라 교육시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명문대, 그 중에서도 국립 교육기관인 서울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서울대와 같은 입시 서열 최상위 대학이 전국 지방 각지에 10곳이 생기고, 입학 시 해당 지역 학생에게 메리트를 제공한다면 가족 단위로 이주하는 이들이 상당히 생길 것이다.


이렇게 거주 수요가 지방으로 분산되면 현 부동산 시장의 근본 문제인 서울 주요 지역에 치중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해소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교육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골자로 한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향(안)'을 12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내달 발표될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해결점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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