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韓美 팩트시트, 모호게나마 이번 주 나올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1 15:41

지난 10일 외교전문가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인터뷰
“팩트시트 지연 이례적, 예민한 이견 때문일 것…‘이행 투쟁’ 불가피”
“핵잠 협상 3단계로 나눠야…민감국가 리스트 제외부터”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에너지경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하지만, 사인해도 끝난 게 아니다. 결국 나중에 '해석 전쟁'과 이행 과정의 '투쟁'이 뒤따를 것이다. '상업적 합리성'을 누가 판단하는지, 연 200억달러 투자 미집행분을 이월할지 리셋할지 등 예민한 문제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세부내용이 합의됐지만 2주 가까이 지나도록 문서화(팩트시트 작성)가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범 여권 전문가로부터 “합의하지 못한 부분을 모호하게 남긴 채 이번 주 발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외교 전문가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1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양측 합의사항을 정리한 팩트시트(양국 합의 사항을 정리한 공동 설명자료)가 지연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 일답.


- 곧 나올 것 같았던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 전체적으로 지금 팩트시트가 안 나오는 게 되게 이례적이다. 쌍방이 뭘 했으면 공동 성명이나 조약 형태로 해야 되는데 그것도 아니다. 첫 번째 정상회담에는 '비망록'처럼 큰 틀만 합의했고, 이번에도 팩트시트를 하는데 지금은 한국 측 설명만 나왔다. 이제 이걸 서로 맞춰보는 건데, 세세한 걸 나중에 이행하기 전에 모든 걸 맞출 수 없을 때는 모호하게 표현할 것이다. 이견이 있거나 뭐가 있게 되면 시간이 걸리는 건데, 잘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나중에 해석 전쟁이라든지 실행 과정에서 투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상업적 합리성은 누가 판단하는가. 만약 200억 달러를 다 못 쓰고 150억 달러를 쓰면 나머지 50억 달러는 이월이 되는 건가 아니면 리세팅이 되는 건지, 이것도 안 정했다. 그게 되게 예민한 문제일 수 있다. 이런 예민한 문제들이 있어서 안 나오는 것 같다. 핵잠수함도 그중 일부 같다.


- 이번 주 안으로 나올 것으로 보나?


▲ 이게 너무 길어지면 안 되니까 합의하지 못하는 부분은 모호하게 남겨둬야 할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라도 아마 나올 것 같다.


- 원자력 재처리 기술을 얻는 것 자체가 산업적으로 큰 영향이 있는데, 핵 추진 잠수함이 먼저 주제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 그렇게 보는 측면이 있고, 좋게 보면 핵 추진 잠수함을 가져오면 재처리나 농축은 따라오는 것 아닌가. 물론 그걸 미국에서 가져오느냐 이 부분이 복잡하게 있지만, 아마 대통령의 의도는 그렇게 하면 이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비판자들 쪽에서는 우리는 시급한 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인데, 이게 핵 추진 잠수함이 되는 시점으로 미루면 그게 10년도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3단계로 가야 한다. '이행 투쟁'을 해야 한다. 일단 우리가 민감국가 리스트에서 빠져야 하고, 그다음에 한미 원자력협정을 먼저 개정하고, 그다음에 핵 추진 잠수함으로 가는 3단계를 미국한테 얘기해야 하는데, 이 세 개를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라고 하면 우리가 받으면 안 될 것 같다.


- 협상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 미국에 조선소 지어주고 미국에서 하고 이런 것들을 하면 결국 우리가 확보하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상호적으로 주고받아야 한다. 당장 지금 시작 시점에서 민감국가 증명에서도 빠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우리가 연구 용역에도 들어가고 연구에 들어가니까. 근데 이건 또 에너지부를 설득해야 한다. 이게 생긴 이유가 윤석열 정부 때 핵무장론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이 오해를 풀겠다고 한 말이 우리가 핵무기를 가지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평화적 이용을 하겠다는 것이니까 그걸 하고, 그다음 2~3년 내에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지를 봐야 한다. 이 문제는 급하다. 계속 핵쓰레기가 쌓이게 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미국은 아마 나중에 포괄적으로 다 해결하자고 나올 텐데 우리가 받아들이면 안 될 것 같다.


- 핵 추진 잠수함 보유가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중국하고 안 그래도 미국은 한국이 중국을 막아내는 전초 기지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거는 오버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단 한중 간에는 아마 설명이나 회담 중에 얘기가 나왔던 것 같고, 중국이 비확산이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방식으로 약간 낮은 톤의 얘기를 했다. 작은 항의를 담고 있긴 한데, 아마 중국도 지켜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이게 실현되는 데 장애물도 많고 시간적으로도 10년 이상 걸리는 일이니 초기부터 한국하고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생각이 하나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우리가 핵잠수함을 가지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한국이 미국의 전초기지가 돼 중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핵잠수함을 가지면 '자주 국방'일 수도 있다. 그 후자는 중국에게 좋은 것이다. 미국의 조종을 받지 않는 것은, 그런 것들을 지켜보자는 것 같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해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 참 묘한 회담 같다. 다자회담인데 미국은 왔다 가버리고 중국은 뒤에 참여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 협상이고, 한중 회담은 그동안 안 이어졌던 것, 특히 윤석열 3년 동안 한중 관계가 거의 공백 상태, 악화 상태였던 것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사실 서울에서 APEC 전후로 본격적인 국빈 방문으로 한중 회담을 하려고 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되고 경주에서 하루 했다. 저는 이렇게 동시에 국빈 방문을 하는 것도 처음 봤다. 국빈 방문은 보통 한 리더의 기간 동안 한 번만 사용하는데. 트럼프에 대해서 1기 때 썼는데 2기 때 한 번 쓰면 다음은 국빈은 없는 것이다. 아마 여러 가지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 같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에 모든 걸 올인하는 것보다는 한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대해, 그동안 공백이 있었으니까 조금 조심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탐색전'이었던 것 같다. 11년 만에 답방을 왔으니까, 아마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방중할 것 같다. 그때는 조금 더 본격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APEC 계기로 한미중 정상회담이 모두 이뤄졌는데, 이를 통해 얻은 외교적 성과는?


▲ 일단 이건 '덜 뺏긴 것'이지 얻은 게 아니다. 이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관세 협상을 놓고 보면 우리는 덜 뺏긴 것이다. 향후 이행 과정에서 우리가 계속 미국과 치열한 협상을 해야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방했다. 한중 관계는 완전히 무너진 곳에서 회복한 것이고, 셋째는인공지능(AI) 특히 최신 GPU(그래픽카드) 26만장 받았던 것도 포함해서 한국이 지역 자유무역의 일종의 리더로서 우뚝 섰다고 생각한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에너지경제]

-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 문제이고, 사실 APEC과는 서로 안 맞는 것이다. 관세는 보호무역인데 APEC은 자유무역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트럼프는 다자주의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미중이 만났을 때, 사실상 트럼프의 전략은 동맹국한테는 잘 먹히는데 중국한테는 안 먹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한테 의존하는 것이 중국이 미국한테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커서, 중국을 원하는 대로 때리지 못하고 오히려 타협하는 모습이다. 이거는 중국의 완승이라고 생각한다. 미중은 생각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치열한 갈등은 향후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그건 우리한테도 다행이다. 치열할수록 우리의 선택이 어려워지니까.


두 번째로 트럼프가 없는 사이 경주 선언에서 자유무역이라든지 다자주의는 뺐지만, 기본적으로 그 내용은 다자주의의 회복이다. 거기에 매개체로 AI를 얘기했고, 다른 나라들이 한국이 중국과 미국을 어떻게 상대하는가를 봤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다자주의, 특히 아시아·태평양의 어떤 리더십을 챙겼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방식은 양자 관계에서 각개격파 방법인데 반대로 이걸 대항하는 방법은 전체 다자가 함께 트럼프의 공세에 대항해야 한다는, 연대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APEC, 정상회담 이후 국정원이 북한의 북미 대화 준비 정황을 확인했다는 얘기가 있다.


▲ 길게는 7년이다. 2018~2019년 2월부터 지금까지 남북한이 거의 단절되어 있었고, 좁게 보면 지난 3년은 최악이었다. 윤석열 정부와 김정은 정권이 서로를 '교전적 적대 국가'로 규정하면서 긴장이 계속 올라갔고, 비상계엄 와중에는 충돌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이 경색 국면과 적대적 국면을 누그러뜨릴 계기가 필요한데, 마침 트럼프가 돌아오면서 북한과 2018년에 했던 것을 재개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서 한 번은 이런 이벤트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이벤트를 통해서 경색 국면을 역전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게 되게 중요하다. 지금 맞춰야 될 조건들이 너무 많으니까 어차피 회담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보통 회동이나 조우 정도는 가능했었는데 이번에 안 됐다. 북한이 상당히 고심을 했을 것이다.


- 북한은 어떤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나.


▲ 북한으로서는 이번에 나오는 게 득이 될까 안 될까 되게 머리를 굴렸을 것 같다. 트럼프가 몇 가지 인센티브를 주긴 했다. 제재 해소를 암시하기도 했고, '핵 강국의 혼(Soul of Nuclear Power)'이라는 표현으로 일종의 인정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는 이게 진짜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느 쪽인지 모르니까. 또 막상 만나러 가면 트럼프가 하는 이벤트에 들러리 설 것 같은 불안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안 된 건데, 국정원 보고 나오기 전에도 트럼프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얘기했다. 그런 것들이 사전에 얘기가 되면 지금보다는 내년 3~4월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건 사실인 것 같다.


- 내년 3~4월 북미 회담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나.


▲ 회담이 한 20% 되는 것 같고, 회동은 한 50% 정도 될 것 같다. 반반 정도다. 북한이 그때보다는 확실히 급한 게 없고, 몸값이 높아진 상황이니까 훨씬 더 많이 재려고 할 것이다. 자기가 많이 얻어내기 위해서.


- 북한이 개성공단을 가동하고 있다는데 우리 기업과의 경제 교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 아직 이르다. 당분간은 트럼프의 도움이 필요한 거고,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얘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때 가장 나빠졌고, 이걸 회복하는 과정에서 남한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 지금 북한은 기본적으로 '따로 살자', '교전적 적대 국가'라고 얘기하고 있으니까 거기까지 가려면 상당한 장애물이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기대치를 넣어서 획기적인 걸 얘기하자면, 원산 갈마지구에 내년에 만약 어떤 형태로 경제 교류가 된다면,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는 200억 달러 중 일부를 전용해서 트럼프 타워를 포함해 미국 투자 방식으로 원산 갈마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트럼프가 흥미로운 게, 미국을 움직여서 거기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지금 북한은 엄청나게 잘 지어놨는데 러시아 관광객밖에 없어서 수지 타산이 전혀 안 된다. 넘어야 될 산은 많지만 뭔가 한미일이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 에너지는 특히 AI 시대에 되게 중요하다. 지금 26만 장을 줘도 우리가 AI 생태계를 갖췄다고 젠슨 황이 얘기한다. 메모리부터 시작해서 게임, 제조업, AI 역량을 다 갖췄는데 두 가지가 부족하다.


하나는 인력이다. AI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것. 두 번째가 에너지다. GPU 26만장을 돌리려면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필요하다고 얘기할 정도로, GPU 자체가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다. 그런데 한국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여러 가지를 보면 무리는 없을 것이다.


세계는 이제 에너지 싸움이고, 미국이 오히려 기후를 저버리고 화석산업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아무리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대체에너지로 가야 하는데, 그 과도기에서의 원자력 개발은 계속해야 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는 대체에너지는 관심이 없었고 원자력만 살렸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정부는 아마 그 중간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같이 가지 않을까. 그게 또 핵잠수함 했을 때 미국의 원료 재처리 문제를 받아내는 중요한 동기가 됐을 것이다.


<프로필>


김준형 의원은 외교·안보 분야의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196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한반도평화포럼 외교연구센터장, 미래전략연구원 외교안보전략센터장 등을 역임했고, 외교부 혁신이행외부자문위원회 위원장,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9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국립외교원장을 지냈으며,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같은 해 5월부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회 외평포럼 대표의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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