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스타트…김장비용 전년比 9.6%↓
줄어드는 김‘장’족 vs. 늘어나는 김‘포’족
늘어난 상품김치 수요에 상품도 다양해져
▲12일 오후 서울 창동하나로마트에서 고객들이 김장 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정희순 기자
▲12일 오후 서울 창동하나로마트에서 고객들이 김장 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정희순 기자
“생각보다 날이 따뜻해서 다음주 지나서나 담글까도 생각했는데 요즘 마트에서 배추와 무 등을 싸게 판다고 해서 일단 나와 봤어요."
12일 오후 서울 창동하나로마트에는 본격적인 김장 시즌을 맞아 배추와 무, 양파 등 김장채소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쇼핑카트에 다발무를 한가득 담은 60대 주부 A씨는 “다발무 가격은 저렴한 것 같은데 천수무가 좀 비싼 것 같다"며 “한 단이라도 사서 동치미를 담글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주부 B씨는 “가격이 싼지 비싼지는 잘 가늠은 안 되는데 청갓 코너에 사람이 엄청 몰려 있기에 일단 집었다"며 “김치 담가서 주말에 가족끼리 보쌈을 해먹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물가협회가 전국 주요 김장재료 가격 조사를 통해 예상한 올해 김장비용은 전년보다 9.6% 내린 37만8860원(4인 가족, 전통시장 기준)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김장 재료 수급 안정을 위해 비축량을 조절해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 공급하고 농축산물 할인행사에 자금을 푼다.
올해 김장 물가는 다소 안정된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김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직접 김치를 담그기보다 상품 김치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2025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에 따르면, 20대 이상 김치 소비자 중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율은 62.3%로 전년(65.5%)에 비해 소폭 감소한 반면, 상품 김치를 구매하는 비율은 32.5%로 전년(29.5%)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상품 김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구매 이유로 '필요한 만큼만 구매 가능해서'(39.5%)를 가장 많이 꼽았고, '김치 담그기 번거로워서'(33.1%), '직접 담그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해서'(7.8%), '맛이 균일해서'(7.2%) 순으로 응답했다.
▲서울 창동하나로마트의 상품김치 코너 전경. 사진=정희순 기자
다만 이날 마트의 상품김치 코너는 김장채소 코너에 비해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치 구매의 절반 가까이가 인터넷쇼핑몰이나 TV홈쇼핑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경연 조사에서 상품김치 소비자의 48.8%는 인터넷쇼핑몰이나 TV홈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김치 수요가 늘면서 김치 제조사들도 상품 다각화에 힘쓰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은 지역별 김치 맛과 특성을 반영한 '지역특화 김치'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지역특화 김치는 서울식 '필동가' 김치, 경상도식 '안동헌' 김치, 전라도식 '해남재' 김치 등이다.
풀무원은 '짜장라면 파김치' '설렁탕 섞박지' '칼국수 김치' 등으로 '페어링 김치'를 내세우는 한편 프리미엄 브랜드 '올가'를 중심으로 고품질 김치 수요도 겨냥한다.
국내 김치 제조사 중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의 '종가'는 국내 시장에서 젊은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전략을 펼치고 있다.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소포장 김치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겉절이나 제철채소를 활용한 별미김치에 힘을 주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킬로그램 단위로 판매하는 포기김치는 김치통에 옮겨 담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파우치형'이나 '페트형'으로 편의성을 강화한 김치 제품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어 1~2인 가구에서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며 “전통적인 배추김치 외에도 다양한 별미 김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