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내시경] ‘잊혀진 사람’과 유튜브 사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3 11:00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의 유튜브 운영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유튜브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제약은 없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유튜브와 SNS가 지닌 매체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전직 국가원수가 이러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튜브와 SNS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두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정치인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SNS를 핵심적인 정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SNS 활용과 정치인 팬덤 형성 사이에 구조적 연관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SNS를 통해 정치인 팬덤이 형성되는 이유는, 이 매체가 일반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에 '유사 친밀감'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정치 환경에서는 유권자가 정치인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으나, SNS 환경에서는 정치인이 개별 유권자의 의견에 직접 반응하는 상호작용이 자주 일어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유권자에게 심리적 친밀감을 형성하고, 이는 점진적으로 비판적 거리감을 상실한 절대적 지지로 전환되면서 팬덤 현상을 낳는다. 이러한 팬덤 현상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더욱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 모델이 특정 팬덤 시청자 확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시청자 기반 확보를 위해 유튜버들은 점차 선정적 어조와 자극적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고, 이에 호응하는 팬덤은 더욱 강성화되며, 강성화된 팬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콘텐츠의 자극성은 다시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매체 환경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직 대통령의 유튜브 진출은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튜브 콘텐츠는 '책 추천'을 중심으로 기획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어떤 도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정치적 함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이념적 지향을 담은 서적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경우,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도서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그가 지닌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하면, 비정치적 문학작품을 소개하더라도 이념적 해석과 정치적 논쟁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만약 그 발언이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면, 유튜브 활동은 그러한 지향과 배치되는 선택이다. 문 전 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은 재임 기간의 성과가 상당하며 여전히 높은 정치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이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기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현재까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존재하며, '문파'로 지칭되는 팬덤 정치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과 '불공정' 논란에 대한 기억 역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정부가 단임으로 정권을 상실한 배경에는 해당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작용했다고 해석하는 유권자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유튜브를 통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면, 현 정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분별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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