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자구안’ 임박…구조개편 표준·반등 기회 삼을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8 17:56

대산 롯데-HD현대 자구안 조만간 이사회 결의
생산설비 조정 논의…”수천억원 수익성 제고 예상”
비핵심자산 매각과 인도네시아 상업생산 속도 ↑
누적적자 상쇄하고 실적 반등할 계기 마련 ‘기대’
여수 석화산단 구조조정은 변수…셈법 복잡해져

롯데케미칼 여수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의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과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자구안을 마련한 것을 계기로 사업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석화기업들 중 가장 먼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성 제고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석화 생산 설비가 부족한 동남아 현지에서 공장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설비 투자 마무리와 함께 시장 다변화 작업을 본격화했다.


나머지 기초유분 공장이 있는 전남 여수에서 사업 재편 논의에 속도를 붙이는 것이 롯데케미칼 실적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생산설비를 통합하고 생산량을 줄이는 방향의 자구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이번주 각 기업 이사회에서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이전하고,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HD현대케미칼 지분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유력하다. 생산 설비와 지분 비율 조정,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조율 등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면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t 감축하는 등의 정부 주도 석화산업 구조개편에서 가장 먼저 산업통상부에 자구안 초안을 제출하며 '빅딜 1호' 석화기업이 되는 것을 앞두고 있다. 자구안 확정 이후에는 지난 8월 맺은 자율협약에 따라 정부와 금융 채권단이 행정 절차와 기술개발, 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갈 것으로 보인다.


자구안 실행 단계로 넘어가면 롯데케미칼은 추가 실적 악화를 막고 고부가가치 제품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힘을 받게 된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자구안을 통한 사업 재편을 마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규모가 '수천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달 롯데케미칼의 파키스탄 법인 지분 75%를 매각하는 작업을 마치면서 현금 98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올해 말 전남 여수공장 내 헤셀로스 제조 설비를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에 위탁해 1270억원의 대금을 마련한다. 또한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가 같이 운영하던 롯데GS화학의 지분 일부를 GS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326억원을 내면서 전년 동기보다 70% 가까이 축소하면서 한숨 돌렸다. 매출은 4조7861억원으로 5.7% 줄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1조4000억원에 이르면서 손실을 메우는 과제를 안았다. 이에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에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NCC를 비롯한 크래커(기초유분 생산 설비)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구조재편 초점을 둔 것이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 12일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롯데케미칼이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에서 각각 크래커를 운영해 전체 가동 시너지와 효율성 최적화를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크래커(기초유분 생산 설비) 운영 최적화 문제를 대산 석화산단에서 극복할 방안을 스터디(연구)했다"면서 “(크래커 하나를 한시적으로 멈추는 등) 기초유분 생산량을 줄이고, 이에 맞춰 수익성 기준으로 다운스트림 계열 생산설비 간 우선 순위를 정해 운영하면 몇천억원 단위로 수익성 제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손실 만회뿐만 아니라 사업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해온 파키스탄 법인을 매각하는 데 이어, 석화 소재 생산 규모가 크지 않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시에 조성한 대규모 석화단지를 10월부터 상업 가동하며 동남아 현지 생산을 본격화했다. 연간 생산능력으로 △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 52만t △폴리프로필렌 35만t △부타디엔 14만t △벤젠·톨루엔·자일렌(BTX) 40만t을 갖췄다. 인도네시아의 낮은 기초유분 자급률(에틸렌 기준 44%)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이를 위해 단행해온 40억달러(한화 약 6조원) 규모의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생산설비 투자(캐펙스)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초유분 생산 설비 축소와 시장 다변화 전략으로 실적 반등 기회를 잡는 마지막 퍼즐은 전남 여수 사업재편 논의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에서 △에틸렌(연산 123만t) △프로필렌(64만t) 같은 기초 유분 뿐만 아니라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63만t) △폴리프로필렌(PP, 60만t) 등도 생산하고 있다. 에틸렌(연산 240만t) 등 기초 유분 중심으로 생산하는 여천NCC와 설비를 조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다만, 여천NCC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실적 부진에 빠진 여천NCC에 자금을 지원할지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은 적이 있어 변수가 남았다. 한화와 DL은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여천NCC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여천NCC의 에틸렌 생산 규모가 큰 데다, 구조 개편 방안으로 설비 축소를 넘어 폐쇄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2026년 영업적자가 768억원으로 2025년보다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에탄 크래킹 센터(ECC)가 원가 경쟁력을 잃고 대러 제재가 강화되면서 아시아 내에서도 상대적 원가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시에 조성한 대규모 석유화학 산업단지의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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