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3200억 자사주EB 발행 철회…자금조달 계획 차질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24 17:01
태광산업 CI

▲태광산업 CI

태광산업이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이 제기된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발행 및 자사주 처분 결정을 철회했다고 24일 밝혔다. 태광산업은 신사업 진출과 사업구조 재편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지난 6월 27일 최초 공시한 교환사채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6월 태광산업은 보유한 자사주(24.41%)를 기초로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가 주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교환사채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채권자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원금 대신 주식으로 바꿀 수 있고, 기업은 보유한 자사주를 내다 팔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 발행/ChatGPT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 발행/ChatGPT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같은 신주 발행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일어나 주주가치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하면서 태광산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트러스톤이 항고장을 제출해 법적 분쟁은 장기화 수순으로 들어섰다.


금융당국의 제재도 이어져 금융감독원은 교환사채 발행 결정 신고서에 중요한 누락이 있다며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6월 말 110만원대였던 태광산업 주가는 지난 21일 77만원으로 떨어졌다.



태광산업은 24일 공시에서 자사주 소각 등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와 주주가치 보호라는 측면에서 자사주 처분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태광산업은 “소액주주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했다"며 “그에 따른 거래 상대방과 발행조건 재조정 협의 지연 등으로 신속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은 이번 결정과 무관하게 중장기 투자 계획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약 63%를 약 4700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18일에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의 인수를 위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2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본입찰에도 뛰어들고, 미국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과 손잡고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전했다.



다만 신사업 진출과 사업구조 재편에 들어갈 자금조달 계획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지난 7월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려던 3186억원도 포함돼 있었다.


태광산업 측은 “자금조달 계획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고 금융시장의 여건도 녹록지 않다"며 “특히 현재 투자 계획이 예정대로 집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예비운영자금의 확보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어 “이에 따른 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한층 강화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날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 계획 철회를 환영하며, 교환사채 발행 관련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입장문을 통해 “태광산업이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전면 철회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태광산업 및 이사회가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태광산업이 앞으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힌 점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향후 계획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신사업 계획과 함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필요하다"며 “주주정책 로드맵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



최태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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