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도 SMR 가능하다” 수도 헬싱키에 난방용 SMR 도입 나선 핀란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26 09:57

지하형 설계·기존 인프라 활용…열공급 특화 SMR 모델 부상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 원전으로 저렴하게 환경문제 해결”
노후 화력발전 대체 전략, 수도권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 가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왼쪽)과 토니 니만 스테디에너지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집단에너지 국제심포지업에서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왼쪽)과 토니 니만 스테디에너지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집단에너지 국제심포지업에서 난방용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업무협약(MOU)를 맺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도 소형모듈원전(SMR)을 충분히 건설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추진 중인 SMR은 지하에 건설하는 구조이며 이 모델은 어떤 도시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토니 니만 스테디에너지 대표는 지난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SMR의 도심 적용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스테디에너지는 핀란드의 난방용 SMR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이날 한국지역난방공사 주최로 열린 '2025 집단에너지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핀란드의 SMR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행사에서 스테디에너지는 지역난방공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난방용 SMR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SMR을 전력공급용이 아닌 주거지에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 핀란드는 이미 전력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거의 달성했기에 열에너지의 탄소중립을 위해 SMR을 활용하는 것이다. 핀란드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은 우리나라보다 15년 빠른 2035년이다.


스테디에너지에서 개발 중인 지하터널형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스테디에너지

▲스테디에너지에서 개발 중인 지하터널형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스테디에너지

헬싱키, SMR 후보지 3곳 선정…도심형 원전 실험 본격화

그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SMR 부지 선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니만 대표는 “헬싱키의 에너지 공기업 헬렌(Helen)은 난방용 SMR 후보지로 3곳을 지난 11일 발표했다"며 “이들 지역은 현재 위치 적합성 검토 단계에 있으며 다음 단계는 환경영향평가다"라고 설명했다.


SMR 후보지 3곳은 헬싱키 살미사리(Salmisaari), 부오사리(Vuosaari), 노르베르그(Norrberget) 지역이다. 서울로 치면 각각 강서구, 강동구, 중구와 비슷한 위치로 해석할 수 있다.


스테디에너지는 현재 헬싱키 도심에 위치한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에 파일럿(실증) 설비도 건설 중이다. 서울 목동급 입지에서 추진되는 이 실증 설비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첫 상업용 설비 착공은 2029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스테디에너지의 SMR은 1기당 50메가와트(MW)급 발전설비를 여러개 묶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헬싱키보다 규모가 훨씬 큰 서울에 SMR 설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도심 내 설치가 어렵다면 외곽 지역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동일 부지 지하에 SMR 설비를 구축하는 방식이 공급망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가장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니만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서울 도심이 아니더라도 수도권 곳곳에 위치한 노후 열병합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폐쇄 후 이를 SMR로 대체하는 시나리오가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니만 대표는 “한국은 원자력 관련된 시스템과 공급망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며 “한국 시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뢰·비용·현실성"…핀란드가 원전을 선택한 이유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도심 내 SMR 건설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원자력은 핀란드에서도 결코 쉬운 주제가 아니었다"며 “오랜 기간 원전을 운영해온 경험과 매우 높은 안전성을 기반으로 설득해나갔다"고 답했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인 '온칼로(Onkalo)'로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아직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는 한국과 비교하면 주민수용성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는 “핀란드의 원전 산업은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했고 폐기물 처리부터 전 과정을 책임져왔다"며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신뢰도가 높게 형성됐고 정치권에서도 SMR를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란드 내 원전에 대한 인식 변화 배경으로 목재를 연료로 하는 바이오매스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꼽았다. 비즈니스핀란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핀란드의 전체 열에너지 중 30%는 산림목재연료로 생산됐다.


니만 대표는 “바이오매스에 대해서 환경적인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탄소흡수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무분별한 벌목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대안을 원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이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환경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원전이라는 선택은 매우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니만 대표는 SMR의 역할에 대해 “모든 에너지 수요를 SMR로 충당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은 기본적으로 기저부하 전원이며 재생에너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보완적 관계"라며 “핀란드는 전기보일러, 히트펌프, 재생에너지, 폐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원이 혼합된 난방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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