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 환율 전망, 일본 엔화에 달렸다?…“中 위안화보다 영향력 커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28 15:15

韓 원화·日 엔화 상관관계 급증…2007년 이후 최고 수준
中 위안화와의 동조화는 약해져
엔화 강세 전망 부상…“원화 가치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
日 금리인상·美 금리인하…“내년 1분기 달러당 140엔”

계속되는 고환율

▲지난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이번 분기 들어 아시아 통화 중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한국 원화 가치가 일본 엔화 강세에 힘입어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원화와 엔화가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주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원화와 엔화의 상관계수는 0.55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상관계수는 0.48로 태국 바트화(0.5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역외 위안화(0.47), 대만 달러화(0.38), 필리핀 페소화(0.34),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33), 인도 루피화(0.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며, 통상 0.5 이상이면 유의미한 동조성으로 평가된다.


최근 통화 흐름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이번 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은 약 4.4% 상승(원화 약세)한 달러당 1466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도 5.6% 상승하며 달러당 156엔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위안/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갈등 완화 등의 영향으로 달러당 7.07위안 수준을 기록,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통상 아시아 통화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위안화는 중국의 견조한 성장과 무역 주도권에 따라 한동안 아시아 환율 전반을 이끌어 왔다. 한국 역시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높아 위안화 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러나 최근 원화의 움직임은 위안화가 아닌 엔화의 움직임에 더 민감한 구조로 변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비중은 지난 2018년 26.8%로 고점을 찍은 후 2023년 19.7%로 집계, 2005년(21.3%)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19.5%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경제적 연결고리가 약해지면서 위안화 변동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감소했다는 해석이다.



또한 원화와 엔화는 모두 미국 금리 변화·글로벌 위험선호 심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만 향후 일본 엔화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엔화 강세 요인으로는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당국은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며 필요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60엔선을 넘어설 경우 일본 당국이 직접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일 통화정책이 서로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적극 재정과 완화적 금융정책을 선호하지만 일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이날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1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도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시장 예상치(2.7%)를 상회했다.


같은 날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10월 산업생산 잠정치는 전월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 0.6% 감소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의 10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해 시장 예상치(0.8%)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12월 또는 내년 1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가 엔/달러 환율 하락 전망을 뒷받침하며,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마저 금리를 인하한다면 엔화 가치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매튜 혼바흐 전략가는 최근 발표한 투자노트를 통해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보이는 와중에 연준이 금리를 연이어 인하할 경우, 엔화 가치는 향후 몇 달 안에 10%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구체적으로 내년 1분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 수준까지 하락한 뒤 연말에는 147엔대로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에선 연준이 내달부터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6일 고객 서한에서 연준이 12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2월 금리 동결을 예상해왔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월에 이어 내년 3월·6월에도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