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치매 신약 개발 잇따라 좌절…기회 노리는 K-바이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28 11:43

노보 ‘먹는 위고비’ 치매정복 실패…J&J도 ‘실패→연구중단’ 수순
디앤디파마텍, ‘신경염증’ 집중…오스코텍, ‘타우 항체’ 기술수출 기대
ABL, 빅파마와 ‘그랩바디-B’ 파트너십 ‘활발’…릴리 손잡고 혁신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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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부터) 디앤디파마텍, 오스코텍, 에이비엘바이오 CI. 사진=각 사

노보노디스크와 존슨앤드존슨(J&J)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연구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매년 수조원대 투자로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워온 글로벌 빅파마마저 번번이 개발에 실패하며 퇴행성 뇌질환 공략이 업계의 최대 난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시장 진출을 노리는 우리 바이오제약 업계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28일 업계에 따르먼,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비만치료제 핵심 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세마글루타이드' 경구제(리벨서스)에 대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3상 연구에 실패했다.


리벨서스는 뇌 염증 조절과 대사 개선으로 환자의 인지저하 속도를 20% 늦출 것으로 기대됐으나, 임상 결과 생체지표(바이오마커) 일부 개선 효과 외 알츠하이머 진행을 막지 못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에 임상시험의 연장 연구 중단을 결정했다.



J&J도 항타우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포스디네맙'의 임상연구를 중단했다.


포스디네맙은 알츠하이머 질환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타우 단백질'을 타깃해, 또다른 핵심 원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타깃하는 기성 약물과 차별화된 모달리티(치료접근법)으로 주목받았으나 임상 2상 결과 약효 검증에 실패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잇따른 알츠하이머 정복 실패로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한층 주목된다.


디앤디파마텍은 'NLY01'과 'NLY02' 등 퇴행성 뇌질환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NLY01은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 계열 약물이지만, 뇌 내 미세아교세포를 타깃해 신경 염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신경세포의 사멸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차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NLY01은 지난 2023년 파킨슨병 대상 임상 2상에 실패했으나, 후속 연구를 통해 60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는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다. 노화에 따른 복합적 퇴행성 뇌질환이 아닌 신경 염증으로 유발되는 퇴행성 뇌질환을 선별 겨냥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는 게 디앤디파마텍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NLY01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중이다.


또한 후속 파이프라인인 저분자화합물 기반 경구용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NLY02 개발도 나서고 있다. 신경염증을 억제한다는 점에선 NLY01과 동일하지만, RIPK2(신경염증 유발 신호전달 단백질)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신규 기전이 차별점이다. 전임상 시험을 마치고 임상 준비단계에 있다.



타우 단백질을 타깃하는 오스코텍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ADEL-Y01'도 눈길을 끈다.


앞선 J&J의 개발 실패로 항 타우 항체 기반 치료제의 신뢰도도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은 모양새지만, 에자이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다수 글로벌 기업이 개발 중인 동일 모달리티 치료제의 임상 결과가 이르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인만큼 향후 발표에 따라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임상 1상을 진행중인 ADEL-Y01은 정상 타우가 아닌 질병 특이적 병리 타우를 에피토프(항원결정기)로 해 타깃한다는 점에서 여타 타우 항체들과 차별성이 있으며, 타우 응집과 전파 억제, 타우 제거에 있어 우수한 효능이 기대된다는 게 오스코텍 측의 설명이다.


오스코텍은 ADEL-Y01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까지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높이는 약물전달 플랫폼 '그랩바디-B'를 보유한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개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22년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기술수출한 데 이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일라이릴리와 수조원대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ABL-301은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응집체 형태의 알파-시뉴클레인'을 타깃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로, 그랩바디-B 플랫폼이 적용돼 기존 항체치료제 대비 향상된 치료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르면 내년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가장 최근 계약을 체결한 일라이릴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순라' 상용화에 성공한 퇴행성 뇌질환 분야 강자라는 점에서 에이비엘바이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을 가속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키순라 등 기존 약물을 투약한 일부 환자군을 중심으로 뇌부종과 출혈 등 부작용이 지속 보고되는 까닭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라이릴리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순라를 승인받아 판매중으로,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을 접목한다면 추후 키순라의 효능과 안정성 개선, 특허 연장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키순라는 부작용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 침투를 가속화하는데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주성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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