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셜] 배터리, 생산보다 관리·안전이 중요…딥테크 에이티비랩, K-배터리 미래를 진단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02 17:35

삼성전자도, 애플도 한 때는 스타트업이었다. 그 모든 혁신 기업도 가진 것은 잠재력뿐일 시절이 있었다. 잠재력을 발견한 투자자의 안목으로 혁신 기업은 세계를 제패하고 공룡기업으로 성장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이 IPO 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벤처기업을 발굴, 이들 기업의 기술·상품, 맨파워, 재무현황 등을 집중 분석하는 연속 기획을 준비했다. 잠재력을 의미하는 '포텐셜'은 에너지와 만나면 '위치에너지'가 된다.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골라 그 '위치에너지' 증가 가능성을 가늠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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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한전 사내벤처에서 시작, 글로벌 ESS/EV 시장의 '안전 파수꾼' 급부상

배터리 자산 관리를 위한 필수 인프라 개발 기업

에이티비랩(ATB Lab)은 에너지저장장치/전기차(ESS/EV) 배터리 생태계 전반의 안전과 효율을 혁신하는 인프라 솔루션을 개발한다. 글로벌 ESS 시장 확대와 사용 후 배터리 시장 개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에이티비랩은 셀 단위 정밀 진단 기술로 배터리 산업의 자기공명장치(MRI)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 기술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ESS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기조와 재생 에너지 확대가 ESS 시장을 넓히고 있다. ESS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배터리 안전과 자산 가치 극대화다. 그 과제에 대한 해법은 배터리 진단 및 운영 솔루션(BDMS) 기술이다.



BDMS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 에이티비랩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티비랩은 전통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실시간으로 셀 단위의 열화 상태와 화재 위험을 정밀 진단하는 초격차 기술을 통해서다. 이 기술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한전 DNA, 시장의 기회와 만나다

에이티비랩은 2024년 3월 5일에 설립된 젊은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그 뿌리는 깊다. 2023년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내벤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거쳐 한국전력공사(KEPCO) 사내벤처에서 분사 창업했다. 창업과 동시에 한국전력 보유기술 이전 계약을 완료하며 공공 부문 기술력을 확보했다.



최진혁 대표이사는 삼성SDI 전지사업부 리튬이온배터리 설계 담당과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ESS사업단 선임연구원 및 책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배터리 진단 및 운영 솔루션 분야의 탑티어급 전문가다. 최 대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 설립 직후 딥테크 역량을 인정받았다. 2024년 5월 위닝트리, 소풍벤처스, GS에너지로부터 시드(Seed) 투자를 유치했다. 총 유치 금액은 5억 원 규모다.


2024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의 Deep Tech. TIPS에 선정됐다. 2025년 3월에는 초격차 프로젝트 '1000+'(DIPS 1000+)에 선정되는 등 정부 및 유수 기관으로부터 기술 경쟁력을 연이어 입증받았다. 2025년 7월에는 KEPCO 에너지 신기술 사업화 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꾸준히 업계에서 공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마켓포인트; 폭발적 ESS 성장…그 안전의 역설

세계 ESS 시장은 2023년 272GWh에서 2035년까지 1394GWh로 약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리튬 이온 배터리(LiB)가 시장의 88%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배터리 화재 사고라는 구조적인 위험이 있다.


LiB는 가연성 유기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만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총 58건의 ESS 화재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기존 BMS는 전압, 전류, 온도 등 배터리의 기본 정보만 제공한다. 그러니 화재 사고 사전 포착 기능이나 셀 단위의 정밀 진단 기능이 부족하다. 이것이 관련 시장의 핵심 페인포인트(pain point)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도 점유 시장 규모를 확장한다. EV 탑재 사용 후 배터리(Second-life battery) 시장 역시 2050년까지 6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배터리의 상태 진단 및 성능 보증 기술은 핵심기술(Key-Technology)로 평가된다.


압도적 기술력은 강점, 초기 손실 구조는 약점

압도적인 기술 리더십과 전문성이 에이티비랩의 핵심 강점이다. 삼성SDI 및 한전 전력연구원 출신의 CEO를 중심으로 배터리 설계-운영 기술 개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공고한 파트너십과 실증 레퍼런스가 이를 증명한다. KEPCO의 FR ESS 1개 사이트(24MW)와 Grid Support ESS 7개 사이트(1,028MW)에 솔루션이 시범 적용 및 운영 중이다. GS 에너지, 한국전력, 민테크 등 주요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후발 주자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로 인증받은 점도 강점이다. Deep Tech. TIPS, DIPS 1000+ 등 정부의 핵심 기술 지원 사업에 연달아 선정되었다.


그러나 짧은 업력은 약점이다. 2024년 3월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업력은 2년에 불과하다.


초기 재무 구조도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시드(Seed) 투자 단계다. 공격적인 성장 목표(2032년 매출 1000억 원)를 제시하고 있으나, 2028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목표다. 이를 고려하면 초기 손실 구조가 당분간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자본금 규모가 작은 것도 약점이다. 2024년 6월 5일 기준 자본금은 1173만 원으로, 대규모 ESS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자금 조달 및 기술 확장 속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테크놀로지; BMS의 한계 넘는다

에이티비랩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 진단 및 운영 솔루션(BDMS)이다. BDMS는 기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제공하지 못하는 정밀 진단 기능을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사고 사전 포착 및 정밀한 수명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먼저, 실시간 모니터링 및 자산 관리 기술이다. 배터리 전압, 전류, 온도 데이터뿐만 아니라, 충방전 전류, 충전상태(SOC) 범위, 온도, 시간 등을 고려한 '스트레스 지수(Stress Index)'를 새로 정의해 실시간 열화 상태를 감시한다.


이 기술을 통하면 기존 BMS와 비교해 충전상태(SOC) 연산 정확도는 5%, 열화상태(SOH) 연산 정확도는 6% 향상된다. 배터리 자산 관리의 효율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두번째, 열화 셀 검출 및 화재 위험 사전 예지다. 기존 BMS 정보(최소/최대 전압 및 위치 정보)를 활용해 설정 주기별로 열화 셀을 검출한다. 열화 셀의 위치(C-R-M-C: Container-Rack-Module-Cell)와 열화 빈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운영 중 위험 셀을 추적 관리하고 화재 위험을 사전에 예지할 수 있다.


세번째, 셀 수준 정밀 진단 및 수명 예측이다. ESS의 수십만 셀 또는 EV의 수백 셀로 구성된 배터리 시스템에서 최소 단위인 셀 수준의 열화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한다. 이는 직류(DC) 펄스 전류를 인가하고 DC 전압을 측정하는 방식을 통해 단시간(1분 이내)에 이루어진다. PCS(ESS) 또는 충전기(EV)를 활용 가능해 별도의 추가 설비가 필요 없다.


또한 딥러닝 AI 모델을 활용하여 현재 시점의 SOH 진단뿐 아니라 잔존 수명(RUL) 및 화재 위험 예측을 통해 안전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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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비랩의 배터리 진단 및 운영 솔루션을 탑재한 시스템./에이티비랩 제공


재무 분석; 성장 동력과 초기 투자 위험

에이티비랩은 2024년 6월 기준 자본금 1173만 원에 불과한 초기 스타트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재무제표 상의 현금 흐름보다 미래 성장 잠재력에 중점을 둬야 한다.


따라서 견고한 투자 유치와 설정 가능한 성장 목표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드 라운드에서 총 5억 원을 유치하며 초기 성장을 위한 자금은 확보했다. 2028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며, 2032년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400억 원 달성이라는 공격적인 성장 계획을 제시한다.(매출 CAGR 169%).


정부 R&D 지원이 투자 재원의 주축이다. TIPS, DIPS 1000+ 등 국책 연구 과제를 통해 19억원의 R&D 자금을 지원받고 있어, 재무 건전성 및 기술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초기 손실 구조는 불가피하다. 2027년까지는 영업 손실이 예상되는 초기 성장 단계에 있다. 이는 기술 개발 및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반영한다.


투자 포인트; '안전'과 '재활용'이라는 두 거대 시장의 교차점

에이티비랩에 대한 투자의 핵심은 '안전'과 '재활용'이라는 두 거대 시장의 교차점에 있다.


에이티비랩의 기술은 필수 솔루션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ESS 화재 사고 증가로 인해 진단 솔루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안전 관리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이티비랩은 한전 및 전력거래소의 대규모 ESS 사업(향후 3년간 12,500MWh 규모) 참여를 통해 국내 ESS 진단 시장의 마켓 리더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60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사용 후 배터리 시장에서 재사용(Re-use)의 핵심 기술은 '배터리 진단기술'이다. 에이티비랩의 정밀 진단 기술은 배터리 자산 가치 평가 및 재사용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된다.


투자자 관점에서 주의해야할 지점은 '높은 성장률'의 이면이다. 에이티비랩은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 중심 기업이므로, 투자자는 높은 성장률 이면에 존재하는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시장 전망이 좋은 만큼 경쟁 심화 및 기술 격차 유지가 필수적이다. 유사 기업으로 휴네이트, 에스씨솔루션, 배터와이, 위플렛, 민테크 등이 언급되는 등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 SK,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도 배터리 진단 소프트웨어 및 BMS 고도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에이티비랩은 지속적인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공공기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서야 한다. 현재 한국전력과의 협업 및 시범 적용이 중요한 사업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 발전사 및 EPC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일본(도쿄전력), 괌(GPA), 북미/유럽 등 해외 ESS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사업 모델이 아직은 한정적이다. 2032년 1000억 원 매출 목표는 대형 ESS 시스템 판매뿐만 아니라 EV 모니터링 및 관제 서비스, BaaS(Battery as a Service) 등 서비스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확장을 전제로 한다. 이 사업 모델 다변화 전략의 성공적인 실행 여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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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비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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