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에서 건강보험으로”...생보업계 전략이 바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02 14:18

1~9월 개인 보장성보험 신계약 금액 109.5조
전년비 13.8조 감소…종신보험 축소 지속

생보사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

생명보험사들의 본업에서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높은 보험계약마진(CSM)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이유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생보사 22곳의 개인 보장성보험 신계약 가입금액은 약 10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조8647억원(11.2%) 감소했다. 5조6000억원에 달했던 평균 금액은 5조원 미만으로 줄었다. 신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68.7%에서 65.5%로 하락했다.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AIA생명 등 10조원 이상이었던 기업 중 늘어난 곳은 NH농협생명(+1조4980억원)이 유일했다. 업권 전체적으로 봐도 1조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한 메트라이프생명을 제외하면 유의미하게 증가한 기업을 찾기 어렵고, 축소된 곳이 많았다.



반면, 신계약 건수 총합은 855만건으로 88만건(11.5%) 증가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및 외국계 등 다양한 기업에서 증가세가 나타났다.


우선 '빅4' 모두 신계약이 많아졌다. 삼성생명은 126만건에서 144만건, 한화생명은 92만건에서 110만건, 신한라이프는 63만건에서 68만건, 교보생명은 47만건에서 54만건으로 확대됐다.



흥국생명은 23만건에서 35만건, 미래에셋생명은 12만건에서 21만건, KB라이프생명은 7만건에서 9만건, ABL생명은 9만건에서 18만건으로 늘어났다. 푸본현대생명(77만건→95만건)·AIA생명(28만건→29만건)·메트라이프생명(7만건→11만건) 등도 증가했다. 동양생명·DB생명을 비롯한 5곳은 줄었다.



대형사·중소형사·외국계, 건강보험 앞세워 신계약 건수 확대

업계에서는 종신보험 의존도가 낮아지고 건강보험의 입지가 커진 것이 이같은 현상을 이끈 원인으로 보고 있다. 종신보험은 건강보험 보다 계약건당 보험료가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마진은 건강보험이 종신보험 등 다른 상품에 비해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생·손보사를 막론하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유다. 삼성생명의 경우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건강보험 신계약 마진이 월납 초회보험료의 16.8배로 전체 마진(11.5배)을 대폭 상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생명도 건강보험 신계약 수익성 배율(16.4배)이 이를 포함한 보장성(7.2배)의 두 배를 웃돌았고, 종신보험(4배)과 비교하면 4배에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생명의 경우 요양·간병을 보장하는 '요양을안심해NH간병보험(무배당)'과 100세까지 암치료 보험금을 보장하는 '치료비안심해2NH건강보험(무)' 등의 상품을 앞세워 성과를 내고 있다.


독감·대상포진 치료비를 보장하는 등의 미니보험이 주목 받은 것도 언급된다. 보장 범위 및 기간을 줄인 대신 보험료를 1만원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젊은 고객들을 공략하는 상품이 많아지면 신계약 건수가 많아지는 것에 비해 가입금액 증가폭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퇴직연금, '난 자리' 메운다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의 존재감도 소폭 커졌다. 저축성보험의 신계약 건수는 총 49만건에서 54만건, 가입금액은 27조원에서 30조원으로 불어났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비롯한 기업들이 저축성보험에서 힘을 빼는 모양새지만, 방카슈랑스 채널의 초회보험료가 대폭 불어난 교보생명을 필두로 실적을 끌어올린 기업들이 많았다.


미래에셋생명·KB라이프·하나생명·메트라이프생명 등 변액보험에 강점을 보인 보험사들이 돋보였고, IBK연금보험과 AIA생명 및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도 저축성보험 실적 향상 대열에 동참했다.


퇴직연금은 신계약 건수가 181만건에서 34만건으로 대폭 줄었지만, 가입금액은 3조원대 초반에서 4조원대 초반으로 확대됐다.


흥국생명(3400억원→1조2526억원)이 성장세를 이끌었고, 삼성생명(1290억원→2892억원)과 DB생명(469억원→1377억원)이 뒤를 이었다. 삼성생명의 경우 DC·IRP형 퇴직연금의 유연성을 높이는 상품과 퇴직연금 전용 타겟데이트펀드(TDF) 상품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선호가 건강보험에 쏠린 것도 관련 상품 개발·판매에 집중하는 원인"이라며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은 각각 기준금리 인하에 대비해 '막차'를 타려는 수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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