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위, 3일 세종청사서 명일동 땅꺼짐 조사 발표
연약 지반으로 형성된 토체가 공사 시 붕괴 일으켜
비용 문제로 선진국서 활용 않는 공법 적용되기도
▲지난 3월 25일 강동구 명일동 일대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일대에서 발생한 도로 땅꺼짐 사고는 자연재해와 인재(人災)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약 지반으로 인해 형성된 쐐기형 토체(블록)가 9호선 터널 굴착 공사의 영향을 받아 붕괴하며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 도심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공법을 경제적 이유로 적용한 점도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땅꺼짐 사고의 핵심 원인은 지반 내부에 존재하는 불연속면이 교차하면서 터널 위에 쐐기형 토체가 형성됐던 데 있다. 불연속면은 암반이 풍화되어 끊긴 약한 지대를 뜻한다.
시간 순으로 보면, 앞서 고속도로 터널과 지하철 터널 공사 전 이미 불연속면과 그로 인한 토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후 세종~포천 고속도로 공사로 지하수위가 낮아지며 토체가 안정성을 잃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터널 공사로 흙이 제거되면서 토체가 미끄러져 붕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자연재해와 인재가 복합 작용했다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50m로 시추 간격을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추 방법과 구조상 쐐기형 토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시공사가 땅꺼짐 발생 전인 88m 가량 굴착 공사를 진행했을 때는 사고가 없었으나, 이후 일어난 점을 봤을 때 토체의 존재가 핵심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재 측면에서는 도심 공사임에도 NATM 공법을 적용한 게 문제가 됐다. 해당 공법은 굴착면을 최대한 보호해 굴착으로 발생한 암반과 지반의 자체 강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선진국에서는 해당 공법을 도심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활용하지 않는 추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NATM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 지하수위 저하도 사고의 간접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는 서울시의 책임도 일부 있다. 노후 하수관로에서 누수가 일어나며 불연속면과 쐐기형 토체의 경계가 연약해져 안정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하수관로 중 30년 이상 노후화된 설비의 비율이 55%에 달한다. 지반침하와 공동의 주요 원인의 45%에 달하나, 터널 상부 하수도 누수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공사도 공사시방서 작성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 시공사의 책임 소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서울시가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사조위는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의 책임이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사조위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공사 시 비배수 터널공법인 TBM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지하수위 조치요령 개선도 제언했다. 또, 터널 굴진면 땅꺼짐 예측 조사 시 10년 이상 시공 경험을 가진 전문 기술자를 투입해 관찰을 수행할 것도 권장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매핑과 온라인 암반 평가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사조위는 서울시 하수관로 노후화가 심각하다며 하수관 교체와 굴착 공사 전 지반 조사 시기 현실화, GPR 조사 의무화, 검사 주기 단축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향후 도심지 비개착 터널 지반조사 기준을 신설하고, 심층풍화 지역의 터널 조사 간격을 50m 이내로 강화할 계획이다. 지하수위 변화 예방을 위해 관리 기준도 세분화해 지하안전평가서 표준매뉴얼도 개정한다.
공사장 인근 지하시설물은 굴착 전과 되메움 후 3개월 이내 지반탐사를 의무화하고, 지반침하 위험도에 따라 탐사 주기를 단축하도록 규정을 개정한다. 심층풍화대 구간에서는 상부 지하시설물 존재 시 강화된 터널 보강공법 적용을 권고한다. 만일 굴진면 분석이 어려운 경우 온라인 평가 시스템 활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