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는 지방 집값에…지방 내 상급지 양극화 본격화 신호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07 06:00

2년 넘게 하락세던 지방 집값 10·15 대책 이후 반등
서울 및 수도권 규제에 비규제지역 반사이익 누려
다만 지방 내에서도 상급지로 몰려…전체 수요는↓

지방 아파트 양극화

▲부산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2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오던 지방 집값이 서울 및 수도권 규제에 힘입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서울 진입 수요가 차단되면서 부산 해운대구·대구 수성구 등 지방 상급지에 한정해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방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지방 아파트 가격은 0.01%에서 0.02%로 소폭 오르며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앞서 지방 집값은 2023년 11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대책 이후 약 2년 만에 상승 전환해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별로는 △세종(0.02%→0.03%) △울산(0.11%→0.12%) △전북(0.07%→0.09%) △전남(-0.02%→0.05%) 등이 전 주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대전 역시 전주 보합에서 0.01% 상승으로 돌아섰다. 이같이 매매가격이 상승하자 거래량도 함께 증가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지방 광역시 거래 건수는 1만3509건으로, 전월 동기(7749건) 대비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10·15 대책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비규제지역으로 눈을 돌리면서 나타난 반사이익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규제 강화와 가격 부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 아파트에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약 17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아파트 평균가격 차이는 9억4507만원에 달할 정도이다.


다만 지방에서도 상위 10~20%에 드는 일부 지역에만 수요가 집중돼, 나머지 지역은 분양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대표 지역으로는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 등이 꼽힌다.



부산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2022년 정책 실패와 코로나 특수 등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집값이 한동안 횡보했다. 최근에는 해운대구·수영구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중구(-0.02%), 영도구(-0.11%), 동구(-0.01%) 등은 여전히 하락세다. 반면 해운대구(0.16%)와 수영구( 0.17%) 등은 전 주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대구 역시 같은 기간 수성구(0.06%)와 중구(0.05%)만 상승세를 보였다. 대전도 상급 지역으로 손꼽히는 유성구 내 일부 단지에서만 집값이 호조세였다.


이 같은 인기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 해운대아이파크는 지난달 15일 전용 126.13㎡가 24억3000만원에 거래돼 가격이 8000만원(3.4%) 뛰었다. 같은 단지 전용 139.44㎡는 12일 무려 12억3000만원(126.8%) 오른 22억원에 매매됐다. 대구 수성범어W도 지난달 14일 전용 102.99㎡가 21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대비 1억1000만원(5.5%) 상승한 가격에 손바뀜했다. 대전 스마트시티 5단지는 지난달 11일 전용 189.49㎡가 29억원에 거래돼 3억6000만원(14.2%) 오른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서울 한강벨트만 오르는 현상과 유사한 '불황형 양극화'로 해석하고 있다. 이동 여력이 있는 일부 자산가들만 상급지로 몰리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한 달 전보다 2307가구 증가했다. 특히 부산의 미분양은 8040가구로, 2015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방 전체 수요는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바닥은 찍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지방 시장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서울이 규제로 묶이면서 전세를 끼고 매수하기 어려워지자, '서울을 못 사니 지방이라도 괜찮은 곳을 사자'는 수요가 일부 퍼지고 있다. 결국 좋은 곳만 오르는 양극화가 지방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라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도 “이제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공급이 과잉된 지역들은 가격이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면 공급이 과잉되지 않은 곳이나 실거주 위주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지역은 소폭 상승하거나 보합 흐름을 보일 수 있다. 계속해서 상승할 여력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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