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헌우의 산업돋보기] 애플 리더십 ‘흔들’···스마트폰 글로벌 판도 바뀌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13 13:55

팀 쿡 후계자 등 핵심경영진 줄줄이 퇴사, AI·폴더블 전략 수정 불가피
아이폰 16 성공 불구 신제품 참패… 삼성전자 ‘기회’, 리스크는 ‘공존’

도쿄 애플스토어 매장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애플스토어 매장 내부 모습. 사진=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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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마트폰 분야 '최강자' 애플의 경영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앞으로 시장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2인자'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를 이끌던 인원이 연이어 퇴사한 상황이라 회사 미래 전략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폴더블폰 등을 앞세워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생길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끄러운 애플···핵심 경영진 줄퇴사에 '팀쿡 은퇴설'까지

애플은 최근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임원진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후계자로 꼽히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달 회사를 떠났다. 같은달 '아이폰 에어' 개발에 참여했던 애플의 산업 디자이너가 아비두르 초두리가 퇴사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앞서 인공지능(AI) 부문을 총괄했던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 부사장과 2017년부터 법무 총괄을 맡아온 케이트 애덤스 수석 부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대관 등을 담당하는 리사 잭슨 부사장 역시 그만둔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총괄해온 앨런 다이는 메타로 자리를 옮겼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던 애플의 동요 움직임에 안팎으로 조직 문화와 직원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처럼 내부가 뒤숭숭해지자 남은 임원은 “당분간 퇴사할 계획이 없다"는 메시지를 조직원들에게 공유하는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다름아닌 이달 초 이직설이 돌았던 조니 스루지 수석 부사장이다. 칩 부문을 총괄하는 스루지 부사장은 2008년 애플에 합류해 회사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같은 결정이 단순한 세대교체라고 하기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관련 조직의 경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COO를 비롯한 디자인 분야 인력 이탈은 아이폰 16의 성공 같은 현재 성과를 봤을 때 '예상 밖'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달 아비두르 초두리 퇴사 소식을 전하며 “애플 디자인팀 내 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던 시점이어서 내부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쿡 CEO의 '은퇴설'까지 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 이사회가 다음 CEO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 안팎에서는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이 쿡 CEO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애플 아이폰 에어 제품 이미지.

▲애플 아이폰 에어 제품 이미지.

스마트폰 '왕좌' 올랐지만 혁신은 실종···중장기 전략 수정할 듯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격돌하는 와중에 중국 업체들이 추격하고 있는 모양으로 전개되고 있다.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기업은 단연 애플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 카날리스(Canalys),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등 시장조사업체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올해 3분기 기준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내 매출 점유율은 40% 중반대에 이른다.


반면, 삼성전자는 10% 중반, 중국 업체들은 한 자릿 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폰 분야에서 애플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데 따른 것이다.


판매 대수 분야에서도 애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19.4%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지키던 삼성전자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애플이 출하량 순위에서 삼성전자를 누른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보고서는 애플 아이폰 출하량이 올해 10% 성장했지만 삼성전잔 갤럭시 스마트폰은 같은 기간 4.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2029년까지 애플이 매출액·출하량 등 모든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이 선전하는 배경은 '라인업 확장'에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보급형 모델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 선택지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중국 내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왕좌'에 앉아 있는 애플이지만 제품·신기술 등 혁신 부문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소개한 '초박형 모델' 아이폰 에어의 경우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등 관련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지만 상품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CIRP)는 지난 9월 기준 전체 아이폰 판매에서 아이폰 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아이폰 에어 후속 모델 출시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내년 가을 후속작을 선보이려 했지만 고객 반응이 워낙 미지근해 생산 설비 등을 축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두 번 접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이미지.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두 번 접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이미지.

리더십 교체 이후 AI·폴더블 등 공략법에 '눈길'

애플을 둘러싼 최근 '리더십 교체' 바람에 삼성전자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배경이다. 쿡 CEO 퇴임 등이 현실화할 경우 애플은 폴더블폰 전략이나 AI 내재화 등 방향성 자체를 크게 바꿀 여지가 있다. AI 분야의 경우 이미 핵심 임원들이 물갈이되고 새로운 접근법을 찾고 있는 상태다.


당장 눈길을 끄는 전선은 '폴더블폰'이다. 업계는 애플이 내년 가을 아이폰 18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접는 폴더블폰도 최초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폴더블폰은 프리미엄폰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애플을 추격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일찍부터 파고들었던 틈새시장이다. 폴더블폰 모델 갤럭시Z 시리즈 등을 만들며 꾸준히 내공을 쌓아왔다. 지난달 화면을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 모델 공개에 이어 이달 12일 한국시장 공식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폴더블폰의 기술 리더십을 다져나간다는 전략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64%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대비 8%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화웨이·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삼성의 입장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에서 2.5%에 머물러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양적 확대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는 애플이 첫 폴더블폰을 내놓으면 고객들이 삼성전자 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 등 주요국 중에는 폴더블폰 인지도와 수요가 덜한 곳이 많은데 오히려 애플이 삼성전자 제품을 홍보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역시 보고서를 통해 “삼성의 첫 트라이폴드 모델은 극히 제한된 수량으로 출시될 것이지만 규모 확대가 목표는 아니다"며 “내년에는 애플의 시장 진출로 폴더블폰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는 가운데 삼성은 트라이폴드 모델로 다중 접힘 기술의 리더십을 굳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폴더블폰 대량생산에 성공한다 해도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할 확률이 높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지분율 84.8%)다.


AI의 경우 애플의 '결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분야 역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애플보다 훨씬 앞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며 미국 빅테크들이 관련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관련 인재 영입을 위해 예상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재 확보 및 조직 개편에 시간을 더 허비하다가는 삼성전자와 경쟁력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대로 애플이 위기를 기회 삼아 삼성전자보다 훨씬 강력하게 'AI 드라이브'를 걸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핵심급 임원의 이탈 속에서 애플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에 기회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어느 때보다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에 업계의 촉각을 곤두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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