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2배 늘어나도 전기 잘 통하는 ‘액체금속 잉크’ 개발
늘릴수록 전파 흡수 달라지는 ‘신축성 메타물질’도 구현
“획기적 전자소재 기술”…웨어러블·軍 스텔스 활용 기대
▲KAIST의 연구 성과가 국제 학술지 '스몰'의 2025년 10월호 표지 논문에 선정됐다. 사진=KAIST
국내 연구진이 영화 해리포터의 '투명 망토'와 같은 '액체금속 잉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늘어나고 움직일수록 전파 흡수 성질이 달라지는 획기적 '클로킹(망토두르기)' 기술이다. 움직이는 로봇과 웨어러블 기기, 차세대 스텔스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와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상후 교수 연구팀이 액체금속 복합 잉크(LMCP)를 기반으로 전자기파를 흡수·조절·차폐할 수 있는 차세대 신축성 클로킹 기술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클로킹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물체의 표면에서 빛이나 전파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 금속 재료는 딱딱하고 신축성이 낮아, 억지로 늘리면 쉽게 끊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몸에 밀착되는 전자기기나 자유롭게 형태가 변하는 로봇에 클로킹 기술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연구팀이 개발한 액체금속 복합 잉크는 원래 길이의 최대 12배(1200%)까지 늘려도 전기가 끊어지지 않으며, 공기 중에 1년 가까이 두어도 녹슬거나 성능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기존 금속과 달리 이 잉크는 고무처럼 말랑하면서도 금속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 같은 특성은 잉크가 마르는 과정에서 내부의 액체금속 입자들이 서로 연결돼 그물망 같은 금속 네트워크 구조를 스스로 형성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구조는 '메타물질'로, 잉크로 아주 작은 무늬를 반복해 인쇄함으로써 전파가 해당 구조를 만났을 때 설계된 방식대로 반응하도록 만든 인공 구조물이다. 액체처럼 유연하면서도 금속처럼 튼튼한 성질을 동시에 갖게 된다.
제작 방법도 간단하다. 고온으로 굽거나 레이저로 가공하는 복잡한 공정 없이,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붓으로 칠한 뒤 말리기만 하면 된다. 액체를 말릴 때 흔히 발생하는 얼룩이나 갈라짐 현상이 없어 매끄럽고 균일한 금속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잉크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늘어나는 정도에 따라 전파를 흡수하는 성질이 달라지는 '신축성 메타물질 흡수체'를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흡수체는 잉크로 무늬를 찍은 뒤 고무줄처럼 늘리기만 하면 흡수하는 전파의 종류(주파수 대역)가 달라진다. 이는 상황에 따라 레이더나 통신 신호로부터 물체를 더 잘 숨길 수 있는 클로킹 기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기술은 신축성, 전도성, 장기 안정성, 공정 단순성, 전자기파 제어 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획기적인 전자소재 기술로 평가된다.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 중견 연구와 KAIST UP Program의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차세대 전자소재 분야에서 중요한 원천기술로 인정받아 윌리 국제 학술지 '스몰' 10월호에 지난 10월 16일자로 게재됐으며,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김형수 교수는 “복잡한 장비 없이 프린팅 공정만으로도 전자기파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술은 앞으로 로봇의 피부, 몸에 붙이는 웨어러블 기기, 국방 분야의 레이더 스텔스 기술 등 다양한 미래 기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