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전쟁부·상무부와 협력…‘11조 원’ 핵심 광물 기지 건설
영풍·MBK “최윤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위법한 신주 발행 나선 것”
“‘깜깜이’ 소집, 절차적 하자…일반 기업 자금 섞어 지배력 강화 의도”
▲영풍·고려아연 CI
고려아연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손잡고 총 11조 원을 투입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를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는 지정학적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했지만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프로젝트와 연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발하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 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설비 투자 기준 약 10조 원(66억 달러)이며, 운용 자금과 금융 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금속부터 은·금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총 13종의 핵심 전략 광물이 생산될 예정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획기적 딜(transformational deal)'로 평가하며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은 국방·반도체·인공 지능(AI)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고려아연 생산 확대분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 권한(preferred access)을 갖는다"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국방 및 경제안보의 필수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 투자하는 이번 결정은 1970년대 이후 쇠퇴한 미국 제련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 역시 이를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려는 지정학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난 15일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 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의 핵심 근거로는 상법 제418조 제2항과 대법원 판례가 제시됐다.
영풍·MBK 측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일 때 특정 경영진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와 지배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이번 신주 발행의 절차적 문제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이 11조 원 규모의 중대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사회 일시를 15일 오전 7시 30분으로 정해두고, 직전 영업일인 12일(금)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소집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해외 제련소 투자·합작 법인 출자 등 핵심 안건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아 충분한 검토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풍·MBK는 “회사가 실제로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주주배정' 방식을 택했어야 한다"며 이미 주주 배정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제3자 배정을 강행한 것은 경영권 유지 목적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제3자 배정을 받는 합작 법인의 투자자 중에는 미국 정부 외에 고려아연의 고객사 자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단순히 미국 정부에 대한 배정으로 볼 수 없다"며 최윤범 회장이 이를 경영권 분쟁에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신주가 발행될 경우 추후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리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사안의 긴급성을 강조하고, 최대 주주로서 법적 조치를 통해 지배 구조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