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실적·밸류의 동반 개선
시장 구조 변화로 장기 강세장 기반 구축
코스피 장기투자, 코스닥 기관 중심 재편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질문이 됐다. 다음 1000포인트의 열쇠는 단순한 유동성이 아니다. 기업 성장·정책·지배구조가 함께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움직일 네 가지 축 '지수·정책·시장 구조·기업 지배구조'를 통해 '오천피 시대의 조건'을 정면에서 해부한다. [편집자주]
▲/제미나이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1990년 이후 역대 두 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국과 견줘도 최상위권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주가를 결정하는 기업 실적·밸류에이션·유동성의 삼박자가 모두 개선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속에서 한국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레벨업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어 지수 고점 논란이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5년, 세 요소가 동시에 개선된 '드문 해'
2025년 12월 11일 기준 코스피는 71.31%, 코스닥은 37.81% 연초대비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익률을 기록한 해다. 2025년 국내 증시는 기업 실적, 밸류에이션, 유동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 정부의 자본시장 친화 정책, 반도체 기업 실적 반등 등 호재가 겹치며 코스피 지수는 11월 4200선까지 돌파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증시로 '머니 무브'를 이끌었다. 지난 8월 기업 실적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국내 기업 실적 전망치는 9월부터 본격 상향 조정했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으로 증시는 빠르게 올랐다.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돈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자본시장 선진화, 투자자 보호 강화, 생산적 금융 등의 정책을 연이어 내놨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으로 국내 증시 기반을 강화했다.
▲2024년 이후 개인, 외국인, 기관 순매수 추이/출처=미래에셋증권
지난 4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도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국장에 돌아왔다. 5월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를 약 15조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 비중이 크게 늘어난 구간에서는 대형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비율과 주가 상승률의 상관관계에서도 대형주가 코스피 중형주나 코스닥보다 높았다.
다만 2024년 8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어진 순매도 규모가 38조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외국인 순매수 여력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원·달러 환율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진정될 경우 2026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금리보다 재정…성격이 달라진 '확장 국면'
2026년 글로벌 증시 강세 전망의 핵심 배경은 유동성이다. 최근 시중 자금(M2)이 빠르게 증가하며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성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글로벌 M2 증가율은 6.7%로,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유동성의 공급 방식이다. 이전에는 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시장 유동성을 결정했다면, 최근에는 재정 확대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중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2026년에도 GDP 대비 재정적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더라도 기준금리는 낮출 것으로 보여 유동성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5년 9월 기준 한국의 M2 증가율은 8.5%로 가파른 증가세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2025년 7%, 2026년 8% 증가가 예상돼 총지출은 750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와 무관하게 재정이 꾸준히 확대되며 구조적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2026년 하반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 부담이다. 유동성 모멘텀이 약해질 경우 지수 상단에 대한 논란이 재부각될 수 있다.
반도체 중심의 실적 급반등…EPS 증가율 '세계 1위'
기업 실적 개선은 유동성을 실제 수요로 연결하는 결정적 요소다.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97조원으로, 2025년 대비 38% 증가가 예상된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업종은 82조원에서 148조원으로 81% 증가할 전망이고, 그 외 업종도 22% 성장한 249조원이 예상된다. 2025년 9월 이후 이익 모멘텀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코스피 연도별 영업이익 추이/출처=미래에셋증권
주요국 대비 한국의 실적 레벨업은 더 뚜렷하다. 2026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한국이 35.7%로 가장 높고, 대만(20%)·인도(16%)·중국(15%)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글로벌 평균(14%)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26년 실적 증가 요인은 비슷한 매출에서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구조 덕분이다. 2026년 국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5~7% 수준으로 안정적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1% 이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고정비 부담 완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가 주된 요인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6년 실적 증가는 매출보다 마진 개선이 중심"이라며 “추가적인 실적 상향을 위해서는 하반기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매출원가 비중이 높아 원가 상승이 곧바로 마진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적 둔화가 시작되면 매출 감소보다 먼저 수익성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코스피 장기투자, 코스닥 기관 중심 재편 …한국 증시의 체질 변화
2026년에는 시장의 축이 '장기투자'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약 300조원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연금저축계좌, 44조원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혜택이 장기투자 유도로 바뀔 예정이다. 퇴직연금 자산 확대 등이 맞물리며 장기 자금이 증시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해 국내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할 경우 비과세 한도를 현재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농민형은 500만원인 비과세 한도를 1000만원까지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연금 자금의 유입이 변동성 완화·패시브 자금 확대·대형주 중심의 안정적 상승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도 정부 정책 모멘텀으로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주목된다. 이는 고액자산가의 자금을 끌어들일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없던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투입 가능성도 중요하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으로 조달한 자금 중 약 20조원이 벤처·코스닥시장에 유입될 경우 개인 수급 중심 시장구조에서 기관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조성한 대규모 정책 자금이 벤처와 첨단 산업을 경유해 코스닥 성장 업종으로 유입됨에 따라 실적 가시성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회사채 발행 확대와 정책 자금 유입이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시키면 설비투자·수주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