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세미파이브 IPO 기자간담회 개최
18~19일 일반투자자 청약, 29일 코스닥 상장 예정
영업손실로 ‘테슬라 요건’ 특례 상장
조명현 대표 “내년에 흑자 전환할 것”
증권신고서 세 차례 정정…공모가 산정 적절성 지적
맞춤형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세미파이브가 시가총액 8000억원을 목표로 이달 코스닥 시장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세미파이브는 지난 10월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지만, 세 차례 정정 요구를 받은 끝에 16일 효력을 인정 받았다.
일각에서 공모가 산정에 활용된 비교기업이 모두 해외 업체에 외형 차이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지면서 이익을 내는 기업을 찾다보니 국내 기업이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세미파이브가 IPO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조명현 대표는 발표에서 “IPO를 통해 글로벌 인공지능(AI) 맞춤형 반도체(ASIC) 강자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세미파이브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조명현 대표 [사진=최태현 기자]
올해까지 적자로 '테슬라 요건' 상장...“내년 흑자 전환할 것"
세미파이브는 2019년 설립된 AI ASIC 설계 전문 기업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반도체를 세미파이브가 설계부터 양산까지 아우르는 종합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ASIC는 특정 목적에 맞춰 성능과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맞춤형 반도체다. 최근 구글이 공개한 AI 칩 텐서처리장치(TPU)가 대표적인 ASIC다.
세미파이브는 한화비전,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등 국내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카메라, 스마트글래스, 모바일 등 전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조명현 대표는 “다변화된 사업 구조와 매출처를 확보해서 안정적인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사업 경쟁력을 자신했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022년 500억원, 2023년 862억원, 2024년 2909억원, 올해 3분기 361억원 수준의 적자를 내고 있다. 2024년 순손실이 크게 늘어난 건 전환우선주 부채평가손실을 2650억원 가량 반영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유상증자를 위해 기존에 발행했던 전환우선주를 투자자가 보통주로 전량 전환하면서 평가손실이 늘어난 것이다. 회사는 이를 고려하면 영업손실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까지 적자를 냈기 때문에 세미파이브는 이익 미실현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이익 미실현 특례는 적자 기업이어도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외부 평가기관의 기술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술성장기업 특례 제도와 달리 한국거래소의 내부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미래가치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점을 모범 사례로 삼아 '테슬라 요건'이라고도 불린다.
회사는 AI ASIC 시장 수요가 매년 커지면서 수주 금액도 늘고 있다며 내년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조명현 대표는 “내년 손익분기점을 돌파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개발 과제와 양산 제품군을 보면 이미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규 수주금액은 2020년 57억원에서 2022년 572억원, 2024년 1239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은 1257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을 넘어섰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대신 투자자는 공모주를 되팔 수 있는 안전장치를 받는다. 일반 청약 투자자는 상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세미파이브 공모가의 90%로 배정받은 주식을 주관사에 되팔 수 있다.
공모가 산정 적절성 지적…오버행 부담도
세미파이브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세 차례 정정 요구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공모가 산정 부분에 주목했다. 회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최초에 △대만 패러데이(Faraday) △대만 알칩(Alchip) △대만 글로벌 유니칩(Global Unichip) △미국 시놉시스(Synopsys) △미국 램버스(Rambus) 5곳을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모델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 정정 요구를 받으며 미국 기업을 제외했다. 대만 기업 3곳만 비교 대상 기업으로 넣고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과 적용 주식 수도 바꿨다.
세미파이브는 올해까지 적자를 기록해 2026년과 2027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228억원으로 보고 희망 공모가를 계산했다. 추정 당기순이익에 대만 기업 3곳의 PER 평균 46.01배를 곱한 뒤 주식수로 나눠 주당 평가가액을 산출했다. 여기에 26.1~15.5%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을 정했다. 비교기업에 국내 상장 기업이 없고 매출액 기준으로 최대 20배 가까이 차이 나는 대만 기업을 선정한 점이 희망 공모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종기 세미파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국내 기업을 배제하려던 게 아니라 PER로 계산하다 보니 빠진 것"이라며 “국내에는 같은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라고 하더라도 사업모델이 다르고, 대부분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이 많아 PER 계산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기업들이 이익을 내던 2023년 당시로 PER을 계산하면 오히려 100배 가까운 수치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부담도 변수로 꼽힌다. 세미파이브는 2019년 설립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미래에셋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등에서 2400억원 가량의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따른 투자사 보유 지분만 2156만주에 이른다.
최대주주와 임원은 2~3년간, 기관 투자자는 1개월~1년 사이 고루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36.95%이고, 1개월 뒤 42.87%, 3개월 뒤 51.14%, 6개월 뒤 60.73%, 9개월 뒤 68.86%, 1년 뒤 78.14% 순으로 늘어난다.
한편 세미파이브는 오는 18~19일 이틀간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는 상단으로 확정되어 2만4000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8100억원이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