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프라임 시간대에 맞춰 대국민 연설
지지율 하락속 성과 부각 및 장밋빛 전망
“취임 당시 물가는 최악…바이든·민주당 탓”
전기료·의약품 가격 인하, 주택 계혁 등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부각했다. 2기 행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좌우할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18분 동안 생중계한 연설에서 “11개월 전 나는 엉망이 된 나라를 물려받아 바로잡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취임했을 당시 인플레이션은 48년 만에 최악이었고 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 모든 일은 민주당 행정부 시절 때 발생했고 이때부터 '생활비 감당 가능성'(affordability)이란 단어가 처음 들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1개월 동안 미 역사상 그 어느 행정부보다도 워싱턴에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부를 착취하고 미국인들의 꿈을 짓밟는 병들고 부패한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표차와 경합주 7곳 등 모든 분야에서 압승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탄 직전에 놓였던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의 동맹 세력(민주당)은 국고에서 수조 달러를 빼내 물가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난 이러한 고물가를 매우 빠른 속도로 낮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수감사절 칠면조 가격은 지난해 바이든 정권 당시에 비해 33% 하락했고 계란 가격도 3월 대비 82% 급감했다"며 “바이든 정권 당시엔 실질 임금이 3000달러 하락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임금이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의 해결 능력을 앞세워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두번째 임기 1년도 되기 전에 물가 문제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PBS와 NPR,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8∼11일 성인 14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2%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2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황금 시간대에 대국민 연설을 열고 고물가 상황을 전임 행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그간 경제 성과를 부각시켜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NBC 방송은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중대한 사건을 발표하기 위해 황금 시간대에 연설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세계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붐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곧 발표할 것인데 그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믿는 사람"이라며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액은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앞으로 12개월 안에 1600개의 신규 발전소를 개설해 전기요금을 낮추겠다고 약속했고 “새해에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어 새로 개설될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인들이 내년부터 처방약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나는 미국에 사상 최대 규모인 18조 달러(약 266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 경제 성장, 공장 신설, 훨씬 강화된 국가 안보를 의미한다"며 “이 성과의 상당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관세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도입한 새 감세 정책으로 많은 미국 가정이 연간 1만1000∼2만달러(약 1630만원~2960만원)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봄은 관세 효과와 (감세) 법안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의 환급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 장병 145만명에게 이번 크리스마스 이전에 '전사 배당금'이라고 이름 붙인 특별 지급금을 1인당 1776달러(약 260만원)씩 지급하겠다면서 “우리는 관세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안보 성과에 대해서도 부각했다. 그는 “지난 7개월 동안 입국한 불법 이민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50년 만에 처음으로 '역이민' 현상을 목격하면서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주거와 일자리가 남게 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10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종식했다고 주장했으며, “피에 굶주린 마약 카르텔"을 초토화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