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하나·KB·라이나, 잇단 자금 투입
자회사 GA 100% 전환·인프라 확충
설계사 정착률·영업력 강화 방점
성장 지속 전망 속 관리 부담도 동반
▲제판분리 흐름 속에서 보험사들의 자회사형 GA 입지가 커지고 있다.[사진=퍼플렉시티]
보험사들이 경쟁심화·경기침체·금융시장 불안정성 등의 악재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는 해법으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모기업과 시너지를 내기 용이한 기업을 앞세워 시장 변화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함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자회사형 GA 소속 설계사는 7만명대 후반으로 지난해말 대비 1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피플라이프·한화라이프랩·IFC그룹 모두 설계사가 늘어나면서 3만7500명에 달하는 대군을 갖추게 됐다. 이들은 올 1~3분기 한화생명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특히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2816명에서 4018명으로 42.7% 급증했다. 이 회사는 다른 GA의 조직을 흡수하며 몸집을 키우는 중으로, 이번에도 생·손보사들의 자회사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또한 라이나원·KB라이프파트너스·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미래에셋금융서비스·HK금융서비스·동양생명금융서비스 등 생보업계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인력이 늘어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생명의 전속 대리점 삼성금융파트너스가 출범했다.
손보업계 쪽에서는 현대해상의 자회사 마이금융파트너의 영업조직이 커졌다. 핀테크 기반으로는 토스인슈어런스가 전체 GA 중 설계사수 기준 상위 30위 안에 자리잡았다.
생보사 대리점 초회보험료, 설계사 추월
영업조직 확대는 인건비 부담 증가를 비롯한 부작용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평가다. 생·본보사의 주력상품인 건강보험 등은 내용이 복잡하고 고객들의 수요를 끌어내야하는 특성상 대면 영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 중 자회사형 GA 채널이 강화된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니즈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GA의 성장으로 협상테이블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보험사로서는 일정 물량을 확보하는 통로가 필요했다.
고객 측면에서는 단일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전속채널 보다 다양한 곳의 상품을 취급하는 GA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다.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보험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리모델링을 표방한 환승계약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GA에 힘을 싣는 요소다.
실제로 올 1~9월 생보업계 형태별 수입보험료(초회)를 보면 대리점은 1조3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하며 설계사(1조1812억원)를 넘어섰다. 2022년 1~9월 1800억원 가량 밀렸으나, 1년 뒤 격차를 소폭 좁힌 뒤 지난해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선 데 이은 성과다.
보장성보험 판매에서 GA 비중이 크게 유지되는 것을 본 기업들이 해당 채널의 역량을 키우는 방침을 세운 것 역시 이같은 수치들로 나타났다. 자회사형 GA로서도 모기업과 브랜드파워와 자산규모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는 등 상부상조가 가능하다.
영업조직·인프라 확대 박차 위한 투자
업계는 향후에도 자회사형 GA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생명은 1285억원을 들여 한금서를 100% 자회사로 전환했고, 우량 GA 인수 등으로 영업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의 2000억원 유상증자 '지원사격'을 받은 하나손해보험은 100% 자회사 하나금융파인드의 영업 인프라 확장을 위해 150억원을 투입했다.
라이나생명도 영업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120억원을 투자해 라이나원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렸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앞서 KB라이프로부터 수혈 받은 200억원을 설계사 정착률 향상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ABL생명도 100% 자회사 ABA금융서비스에 142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등 초대형사 도약을 위한 토대를 다지고 있다. ABA금융서비스의 설계사는 상반기말 기준 973명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손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 감소 등 실적을 방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면서도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이슈를 비롯한 문제가 발생하면 일반 GA 보다 모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