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하나의 법인으로… 공동영농 실험, 농가소득 증가로 이어져
각북·풍각에서 전 읍면으로, '농업대전환'은 지속가능한 모델 될 수 있을까
농업·농촌을 둘러싼 위기는 이미 현실이다.
▲각북 혁신농업타운 모습. 제공=청도군
청도=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기후위기와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 심화는 생산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소규모·영세농 중심의 개별 영농 구조는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농가소득 정체라는 한계를 반복해 왔고, 이는 농촌 공동체 붕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도군은 기존 농정의 '지원 확대'가 아닌 농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농업 문제를 개별 농가 단위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영역으로 규정한 것이다.
청도군이 2023년 7월 '농업대전환으로 청도농업을 새롭게 디자인하다'를 군정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유채파종. 제공=청도군
◇개별 영농의 한계, 공동영농으로 넘다
청도군 농업대전환의 핵심은 '혁신농업타운'이다.
혁신농업타운은 마을 단위 농지를 하나의 법인으로 묶어 공동 경작하는 모델로, 청년농업인이 법인을 중심으로 영농을 주도하고 고령농은 농지를 위탁해 참여하는 구조다.
개별 농가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농기계·시설 투자와 기계화·첨단화가 공동으로 이뤄지고, 작부체계도 단작에서 복합 재배로 전환된다. 노동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고령농은 농지를 유지하면서도 소득을 확보할 수 있고, 청년농은 일정 규모의 농지에서 안정적으로 농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감자수확 모습. 제공=청도군
◇각북면 1호점, 실험은 '성과'로 이어졌다
이 모델은 이미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청도군은 2024년 경상북도 혁신농업타운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각북면 일원에 1호점을 조성했다.
총사업비 9억 원을 투입해 80ha 규모 농지를 통합했고, 30농가가 공동영농에 참여했다.
벼 중심의 단작 구조에서 벗어나 콩·총체벼·유채·마늘·양파 등 복합 작부체계를 도입하고, 농기계 공동 이용 체계를 구축한 결과 참여 농가의 농업소득은 기존 대비 3.1배 증가했다.
공동영농이 이론적 대안이 아니라 실제 소득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장에서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농사를 함께 하면서 가능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행정 주도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영농 방식 자체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마늘파종 모습. 제공=청도군
◇“지원 정책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일"
김하수 청도군수는 혁신농업타운에 대해 “농업대전환은 단순한 지원 정책이 아니라 농업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농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공동영농 체계를 통해, 농사만 지어도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도군은 2025년 6월 각북면에서 '청도 농업대전환 발대식'을 열고, 혁신농업타운을 중심으로 한 공동영농 모델을 전 읍면으로 확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농정 전반을 구조 전환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벼 육묘 상황. 제공=청도군
◇풍각면 2호점으로 확산되는 공동영농
각북면 성과를 바탕으로 청도군은 2025년 경상북도 혁신농업타운 조성사업 공모에 다시 선정돼 풍각면에 2호점 조성에 착수했다.
풍각면 혁신농업타운은 송서리 일원 30ha 규모로, 19개 농가가 참여한다. 총체벼와 마늘을 중심으로 공동영농 체계를 구축해 확산 모델로 육성할 계획이다.
청도군은 이를 통해 공동영농이 특정 지역의 성공 사례에 그치지 않고, 지역 농업 전반으로 확대 가능한 구조인지 검증한다는 입장이다.
▲혁신농업타운 드론사진. 제공=청도군
◇생산을 넘어 유통·가공·수출까지
농업대전환은 생산 단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청도군은 공동영농을 기반으로 유통·가공·수출까지 정책 영역을 넓히며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경상북도 농식품 수출정책 시·군 평가에서 군부 1위를 차지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친환경 명품쌀 재배단지 △농산물 저온유통센터 구축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 미래형 과원 조성 △디지털 청년농업 아카데미 △농가형 가공·창업 지원 등 17개 핵심 사업이 혁신농업타운과 연계돼 추진 중이다. 생산·유통·가공을 하나의 구조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양파 생육상황 모습. 제공=청도군
◇'계획의 농정'에서 '현장의 변화'로
청도군의 농업대전환은 아직 진행형이다.
다만 혁신농업타운을 통해 확인된 농가소득 증가와 공동영농의 정착은 농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하나의 현실적 해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청도군은 2028년까지 혁신농업타운을 전 읍면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군 전체를 공동영농 기반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성패는 각 지역 농가의 참여와 자립,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농업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농촌의 미래도 없다.
청도군의 '농업대전환' 실험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한 농촌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모델이 현장에서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그동안 농정은 개별 농가 지원에 머물러 왔지만, 고령화와 인력 부족 상황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혁신농업타운은 농민이 주체가 되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공동영농 구조를 통해, 농업을 생계형이 아닌 안정적인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도군의 농업대전환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농지·인력·생산·유통을 하나의 구조로 묶는 장기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