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일 벗은 ‘K-9A3 자주포’…국과연-한화에어로, ‘유·무인 복합 포병’ 시대 연다

박규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04 10:40

국과연, ‘가상 검증’ 거친 통제 아키텍처 완성…자체 통신망 복원
한화에어로, 초분광 카메라로 포신 내부 잔사·온도 재 폭발 차단
한화시스템, AI로 적 표적 군집화…초탄 빗나가도 자동 오차 수정

유·무인 복합 체계(MUM-T)가 적용될 K-9 자주포·K-11지휘 통제 장갑차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유·무인 복합 체계(MUM-T)가 적용될 K-9 자주포·K-11지휘 통제 장갑차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K-9 자주포의 최종 진화형 모델인 'K-9A3'의 완전 무인화 유·무인 복합 체계(MUM-T)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의 실체가 밝혀졌다. 인공 지능(AI)과 고도화된 수리 모델을 기반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스마트 포병' 시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차세대 자주포 관련 각 기관과 기업들은 역할 분담을 통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양면에서 무인화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자주포 개량 계획'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 사격 통제와 무인 운용이 가능한 자주포를 개발하겠다"고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방사청은 K-9 자주포 2차 성능 개량을 통해 승무원을 현재 5명에서 3명으로 감축하고, 3차 성능 개량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국방기술기획서에 따르면 K-9 자주포의 3번째 성능 개량은 '기동 전투 체계의 원격 무인화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운용 중인 다양한 기동 전투 체계가 일반적인 전투 상황에서는 유인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위험 임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소규모 병력으로 대규모 화력 운용 등 전장 상황에 따라 무인 운용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유·무인 전투체계(MUM-T)가 협업을 통해 장비를 복합 운용해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 국과연, 유·무인 복합 제어 '두뇌'·통신망 자율 복원 기술 담당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자주포의 섀시(Chassis) 단위 제어부터 전술적 운용까지 포괄하는 거시적인 통제 시스템과 이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국과연의 '유무인 복합 운용 자주포 시스템' 기술의 핵심은 40톤이 넘는 거대 무기체계의 완벽한 상태 전환 로직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 자주포는 평시 기동이나 정비 시 승무원이 조종하는 '유인 운용 모드'로 작동하지만 화생방 오염이나 적의 대포병 사격이 예상되는 고위험 구역 진입 시에는 후방 지휘 차량에서 제어하는 '원격 운용 모드'나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기동하는 '자율 운용 모드'로 즉각 전환된다.


자주포 3대가 한 조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 운용 시스템 개념도. 사진=박규빈 기자

▲자주포 3대가 한 조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 운용 시스템 개념도. 사진=박규빈 기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종속 운용 모드(Tethering)'다. 이는 1대의 지휘 통제 차량이나 유인 자주포의 기동 궤적과 사격 제원에 2~3대의 무인 K-9A3가 보이지 않는 전자적 사슬로 묶인 것처럼 동기화돼 추종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소수의 병력으로도 화력을 집중 투사하는 군집 운용이 가능해진다. 무인 주행 중 포신이 요동쳐 유압 장치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동 중에는 포신을 자동 잠금하고 방열 직전 해제하는 미세한 기계적 제어 로직까지 갖추게 된다.


전자전(EW) 상황에 대비한 '자율 통신 복원' 메커니즘도 확인됐다. 시스템은 전파 경로 손실(Path Loss) 공간 특성·장애물 회절·수풀 감쇠 등 반영 등 각종 방정식을 실시간 연산한다. 통제 명령이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임계점에 이르면 무인 자주포는 스스로 후진해 과거 통신이 원활했던 안전 지대로 자율 복귀하는 페일-세이프(Fail-safe) 로직을 가동한다. 동시에 후방 지휘소는 하늘로 '통신 중계 드론'을 자동 발진시켜 최적의 고도에서 2홉(2-hop) 중계망을 형성해 끊어진 연결을 강제로 이어붙인다.



국과연은 이와 같은 복잡한 체계를 실물 제작 전 가상 공간에서 완벽히 검증하기 위해 '미래지상전투차량 개념설계 및 성능분석 시스템' 기술도 확보했다. 다물체 동역학·열역학 등이 반영된 '모델 기반 설계'와 3D 하중을 계산하는 '형상 기반 설계'를 융합해 진흙길 돌파력·포탑 회전 가속도·발사 반동 충격, 적외선 피탐지성까지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대규모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했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본 발명을 통해 전술적 상황 변화에 따라 유인 운용과 무인 운용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체계를 확보했다"며 “운용자가 자주포에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원격 주행·사격을 수행해 생존성을 현저히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소수 인력만으로도 복수의 자주포를 다중 통합 제어할 수 있어 전장의 전략적 활용성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화에어로, 분광 카메라 활용 '잔사' 자동 진단·폭발 방지


K-9 자주포의 체계 종합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승무원 없이 초고속 연속 사격을 수행해야 하는 K-9A3의 기계적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하드웨어(HW) 기술을 고안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확보한 '자주포 장치 및 사격 동작 제어 방법' 기술은 포신 내부(포강)에 타다 남은 화약 찌꺼기인 '잔사'를 감지하는 '다분광/초분광 카메라(Multi/Hyper-Spectral Camera)' 시스템을 갖춘다. 무인 상태에서 뜨거운 잔사가 약실에 남아있을 때 후속 포탄의 장약이 삽입되면 약실이 닫히기도 전에 터져버리는 오발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간 탄약수가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꼬질대로 청소해야 했지만 완전 무인화 체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탄 발사 직후 폐쇄기(개폐부)가 열리는 순간 장착된 분광 카메라가 포강 내부를 스캔한다. 차가운 금속 포신과 화약 성분인 잔사는 고유의 빛 파장(스펙트럼 대역)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다. 프로세서는 분광 영상 데이터에서 잔사에 대응하는 픽셀만을 추출해 잔사의 면적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계산한다. 면적이 임계치를 초과하면 시스템은 즉시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린다.


이중 안전 장치도 적용된다. 면적이 기준치 이하여도 카메라가 적외선 파장 대역 신호를 통해 포신 내부의 '온도 정보'를 추가 획득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발화점 이상의 열원이 존재하는지 2차 크로스 체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인간 장전수의 눈과 직감을 기계적 센서로 대체한 이 기술은 무인 자주포가 스스로의 발사 안전성을 검증하는 혁신적 기법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 기술을 통해선 포신 내부의 잔사 정보를 자동으로 획득하고 이 정보에 기초해 즉각적으로 사격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자주포 장치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잔사가 누적되거나 잔사의 열기로 인해 새로 장전된 포탄이 발화할 수 있는 물리적 사고 위험을 시스템 차원에서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시스템, AI 표적 획득·할당 및 화기 조준 자율 보정


물리적 플랫폼의 안정성이 확보된 후 이를 바탕으로 전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을 정밀 타격하는 전술 소프트웨어(SW)와 알고리즘은 한화시스템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유무인 복합 체계에서 협업 임무 자동화' 기술은 무인기(UAV)나 무인 수색 차량(UGV)이 적을 탐지하면 AI가 개입해 고도화된 룰 베이스 매트릭스를 가동한다. 적 보병이나 일반 차량은 100m까지 접근한 UGV에 할당하지만 두꺼운 장갑을 갖춘 적 전차가 나타나면 UGV는 1000m 밖으로 물러나고 100m 상공의 UAV나 후방의 K-9 자주포에 타격 우선권을 넘긴다. 이동하는 표적의 경우 곡사화기(자주포)의 명중률 저하를 시스템이 스스로 계산해 즉시 공격형 드론으로 교전권을 이관하는 유연성도 갖췄다.


다수의 적을 동시 타격하기 위한 알고리즘도 탑재됐다. 머신 러닝 기법인 K-평균 알고리즘(K-means clustering)을 응용해 흩어진 표적들을 한 집단으로 묶고 전체 표적의 분산이 최소값이 되는 기하학적 타격 중심점을 AI가 도출한다.


표적의 정확한 좌표 산출에는 '가중 최소 자승법(WLS, Weigted Least Square)' 기반 측위 기술이 도입됐다. 3대 이상의 정찰 자산이 동일 표적을 다각도로 교차 조준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때 기상 악화나 적의 재밍으로 특정 무인기의 센서 신뢰도가 떨어지면 시스템이 수학적으로 해당 데이터의 가중치를 즉각 낮춰버린다. 개별 자산의 고장에도 전체 시스템의 표적 획득 무결성을 유지하는 교차 검증 시스템이다.


포탄 발사 후의 오차도 시스템이 스스로 수정한다. '화기 조준 보정 장치' 기술은 초탄 발사 후 드론이 폭발 지점(피탄 위치)을 촬영하면 기존 조준했던 '표적 좌표'와의 물리적 거리·방위각·고각 오차를 밀리미터 단위로 측량한다. 시스템은 전방 드론 렌즈 기준의 좌표계를 후방 K-9 자주포 화기의 고정 좌표계로 변환하는 복잡한 매트릭스 연산을 거쳐 도출된 조향각 차이값을 자주포 포탑 구동 모터로 즉각 피드백한다. 관측병의 “우로 백, 줄이기 오십"과 같은 음성 보고 없이 기계 스스로 오차를 수정하는 '학습형 자율 타격(오토 제로잉)'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 측 개발 관계자는 “본 발명의 기술들을 적용하면 영상을 기반으로 최적의 자원을 자동 선별해 사용자의 입력을 최소화하고 신속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며 “특히 일부 정찰 체계에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표적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 내고, 바람의 세기 등 기상 변동이나 불규칙한 표적 이동으로 인한 오차를 학습을 통해 정밀하게 보정함으로써 명중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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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산업부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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