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1차 팹 완공’ 삼성·SK 호남 반도체, 공정률 0%·남은 시간은 3년

전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18 19:39

삼성·SK 팹 건설 아직 착공 전…물리적 공정률은 ‘0%’
전력협약·조사설계 등 준비까지 포함해도 사업 여전히 초기단계
2029년 3GW 전력공급·초기 팹 가동 목표…남은 시간 3년 남짓
삼성·SK ‘25조 전기료 선납’ 거절…한전 전력망 재원 마련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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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해온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반도체 팹 건설만 놓고 보면 공정률은 사실상 0%다. 후보지 선정과 조사·설계, 전력·용수 공급계획, 기업과 정부·한국전력 간 협약 등 사전 준비까지 사업 진척으로 최대한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전체 사업 진행률은 5~10%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발표 후 3개월이 지난 만큼 연내 물리적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9년부터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초기 팹을 완공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공사부터 팹 건설, 전력망 구축까지 대부분의 물리적 공정이 앞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한전의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거절하면서 정부가 내건 '속도전'을 뒷받침할 전력망 재원 확보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 팹 공정은 0%…준비까지 후하게 쳐도 '초기 단계'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은 현재 LH가 개발사업 조사·설계와 인허가 등을 준비하는 단계다. LH 전자조달시스템에도 지난 10일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조사설계용역' 관련 자료가 공개됐다.


LH가 제시한 산단 조성공사 면적은 약 820만㎡, 추정 공사비는 4455억원이며 예상 공사기간만 46개월이다. 이마저 반도체 생산시설과 외부 전력·용수 기반시설을 제외한 산단 조성공사 기준이다. LH는 전체 산단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팹 부지를 먼저 착공하기 위해 설계·조사·인허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업의 진척도를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


실제 건설공사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 건설 공정률은 사실상 0%다. 아직 팹 토목·건축공사나 클린룸 구축, 장비 반입 등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지 선정과 기업의 투자계획, 정부·LH의 조사·설계, 전력·용수 계획, 삼성·SK와 한전의 전력공급 협약 등 착공 전 준비까지 사업 진행과정으로 최대한 후하게 포함한다면 전체 프로젝트가 대략 5~10% 수준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정부나 LH가 발표한 공식 공정률이 아니라 전체 사업단계를 기준으로 현재 위치를 가늠한 분석적 수치다.


즉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현재 위치는 '물리적 공정 0%, 사전 준비까지 포함하면 1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과정이다. 산단 조성뿐 아니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과 팹 건축, 클린룸 조성, 제조장비 반입·설치, 시운전을 거쳐 실제 양산까지 이어져야 한다.


◇ 2029년 3GW 공급 목표…전력망도 동시에 달려야


정부의 시간표는 빠듯하다. 정부와 한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지난달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6GW 이상으로 예상되는 최종 전력수요 가운데 기업의 전력 필요시점을 고려해 2029년부터 약 3GW를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산단으로 연결되는 공급선로를 만들고 산단 내 변전소 1개를 우선 구축한다. 이후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확보해 누적 6GW 이상으로 공급능력을 확대한다.


산단과 팹만 빨리 지어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부지조성·팹 건설과 함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이라는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일반적인 순차 방식 대신 조사·설계·인허가를 병행하고 팹 부지를 우선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6개월이 예상되는 전체 산단 조성을 마친 뒤 팹을 짓는 방식으로는 2029년이라는 시간표를 맞추기 어렵다.


전력망 건설비 분담도 남은 과제다. 정부는 호남 산단 1단계 전력공급 설비 비용을 한전과 기업 등이 전력사용량에 따라 분담하고 민간 분담금 일부에는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SK, 25조 선납 거절…'속도전' 재원은 어디서


이런 가운데 전력망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한전이 마련했던 대규모 자금조달 방안 하나가 최근 무산됐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원 등 총 25조원 규모의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구축에 우선 투자하고 잔액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회사는 내부 검토 끝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했다. 남은 자금조달 방법은 한전 채권 발행 혹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다. 채권의 경우 국회가 2022년 발행한도를 최대 5배로 늘려준 특례가 내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또 다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양사의 거절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철회나 전력공급 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전도 전력공급 협약과 전기요금 선납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K의 호남 투자계획에도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변화는 없다.


다만 한전이 전력망 건설 재원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던 카드가 사라진 만큼 대체 재원을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는 전력망 건설 속도의 변수가 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비용도 약 115억원이다.


한전은 기존처럼 자체 자금과 한전채 발행, 정부 지원 등을 통해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선납 거절이 곧바로 전력망 공사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2029년 3GW 공급을 위해서는 산단 조성과 팹 건설뿐 아니라 송·변전망까지 동시에 앞당겨야 하는 만큼 재원 조달계획의 구체화 여부도 향후 시간표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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