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의 화려한 부활…“내년도 상승 모멘텀 이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23 11:59

MSCI 아태지수, 올해 27% 상승
5년 만 첫 美·EU 수익률 동시 상회
증시 하방 리스크 존재하지만 ‘재평가 초입’ 반박도
아시아 통화·회사채도 동반 강세…“모멘텀 내년에도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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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올해 아시아 금융시장이 증시는 물론 통화 가치와 회사채까지 동반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상승 모멘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는 배당을 포함해 현재까지 27% 가량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가 미국(16%)과 유럽(15%)의 벤치마크 지수를 동시에 앞지른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증시의 “이번 부활은 미국과 유럽의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더 빠른 성장 동력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아시아의 매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번 상승장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 증시는 올해 모두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 코스피 지수는 올해만 71% 폭등해 글로벌 주요 증시 중에서 최고 성과를 낸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올해 30% 가까이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5만 선을 돌파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 넘게 상승해 2015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인 3900선 위에 올라섰고, 대만 가권지수 역시 사상 최고 수준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의 헤베 첸 선임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증시의 눈부신 성과는 단순한 순환적 반등이 아니라 글로벌 성장과 정책 모멘텀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2026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상승 경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여전히 테크 산업의 최상단을 지배하지만, 중국·대만·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인공지능(AI) 가치사슬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미국의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덧붙였다.


콜로니얼 퍼스트 스테이트의 조나단 아미티지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딥시크의 출범 이후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신흥국 주식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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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국 증시 상승률 추이(사진=블룸버그)

일각에선 이번 상승 흐름을 꺾을 수 있는 리스크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불균등한 데다 미국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전환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관련주들이 이번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AI 거품이 붕괴하거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증시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증시 상승세가 아시아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흐름은 장기적인 가치 재평가의 초입 단계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첸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다양한 성장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며 “2025년은 정점이라기보다 장기 재평가 사이클의 출발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벤티지 포인트 자산운용의 닉 페레스 CIO는 “우리는 밸류에이션과 성장성이 모두 매력적인 베트남에 대해 가장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증시의 대표 지수인 VN지수(VNI)는 올 들어 40% 가량 급등했다.


달러 약세도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기반 투자자들이 환차익까지 동시에 누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중국 역내·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03위안대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위안화 강세)한 상태다.


호주 달러화 환율의 경우에도 달러당 1.50호주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뉴질랜드 달러화 가치는 올해 들어 4% 가량 상승했다. 신흥국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태국 바트화의 가치도 올해 10% 가까이 상승했다.


BNY의 위 코훈 총 아시아·태평양 시장전략가는 “관세를 둘러싼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호주 달러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달러 약세, 견조한 역내 교역, AI 낙관론이 올해 아시아 통화를 지지했고 이 흐름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시아 자산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는 회사채 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기반 아시아의 투자등급 회사채 지수 상승률은 미국 회사채 지수를 웃돌고 있으며 201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오마르 슬림 아시아 채권 공동 총괄은 “아시아 투자등급 회사채는 강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신용도가 높다"며 “중국을 제외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제한적이고 발행 물량도 관리되고 있어 이를 찾는 자금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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