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시세교란 의심행위 조사해 10건 수사의뢰
“10·15 대책 이후 신고가 원인 시장 왜곡서 찾아”
실물자산 가치 상승·공급절벽 등 명확한 진단 필요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최근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부동산 시세교란 행위'를 지목하고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제 상승 배경으로 실물자산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등 구조적 요인을 꼽고 있다. 불법·위법 거래에 대한 대응 자체는 필요하지만, 시장 흐름을 왜곡 행위에만 집중해 해석하면 정책 진단이 빗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신고가 거래 이후 계약 해제 등을 반복하는 '부동산 실거래가 띄우기'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기획조사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서울 아파트 2023년 3월부터 2025년 8월까지의 거래 신고분 가운데, 해제 신고를 통해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국토부는 이상거래 437건 중 142건의 거래에서 161건의 위법 의심행위를 적발했다. 이중 10건은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번 조사의 배경에는 최근 급증한 계약 해제 사례가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계약 해제 건수는 4240건으로 전년 동기(1155건)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3902건(92%)은 동일한 거래인이 같은 매물을 동일한 가격으로 재신고했다. 그러나 나머지 338건(8%)은 해제 이후 재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허위 신고를 통해 특정 지역이나 단지의 신고가를 끌어올려 시세 상승 착시효과를 노린 목적이 있다고 보고,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계약 해제 흐름은 이어졌다. 올해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7만5339건 중 총 5598건이 해제됐다. 특히 성동구와 용산구의 해제율은 각각 10.2%, 10.1%로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두 지역은 올해 들어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국토부가 10·15 대책을 통해 감독기구를 신설하고 허위 신고 의심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토지거래허가제로 매매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책 효과의 한계를 시장 왜곡에서 찾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계약 해지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신고가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4일 등록된 실거래 자료를 보면 서울 송파구 코오롱아파트 전용 84.95㎡는 지난 15일 18억75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 대비 1억3500만원(7.8%) 올랐다.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60㎡는 12월 19일 42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2억7000만원(6.8%) 상승했다. 동대문구 래미안이문2차 전용 59.79㎡도 20일 9억5000만원에 거래돼 직전보다 2500만원(2.7%)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이 다수 지역과 단지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만큼 집값 상승을 단순히 시장 왜곡 행위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평가이다. 시세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과 별개로 공급 절벽 우려, 실물자산 가격 상승, 정책 불확실성 가격 결정 요인에 대한 진단과 대응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을 정확히 짚어야 정책 효과 역시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을 전담하는 감독기구를 별도 설치하는 건 보는 시각에 따라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투기세력 등에 의해서 왜곡됐다는 것을 전제한 것일 수 있다. 불법과 탈법, 위법사항 등이 시장에 만연했으니 전담기구를 통해 이를 바로잡는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전국 고가주택 거래의 의심사례들을 부동산 시장에서의 조작과 폐해가 극심하다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의심사례 전부를 불법으로 간주하더라도 이들 건수가 해당 시기의 전국 부동산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위원은 “지금 시장은 조바심이나 공포에 따른 패닉바잉으로 보거나, 수요자들이 규제에 적응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정부정책과 물가 등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얼마 전까지 '에브리띵 랠리'로 불리던 실물자산 가치 상승 국면에서 형성된 시장 여건이 집값 상승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토허제 전면 적용에도 가격 변동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원인을 시장 왜곡으로 돌리는 것이 때로 정부의 시각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