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북문화관광공사, 서비스·전략·조직문화 ‘3중 위기’… 공기업 기능 흔들린다(3)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26 08:30

고객을 잃은 서비스 조직… “우리가 기업이라는 감각이 없다”
전략 없는 경영, 단기사업 반복… 미래관광 견인기관 역할 실종
경직된 조직문화, 혁신은커녕 변화도 시작 못 해

2025년 경북도 감사에서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수익성 악화, 공공기여 부실, 민간 중심 개발 편중 등 대외적 문제뿐 아니라 내부 경영체계와 조직문화 전반에서도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본지는 마지막 회에서 '행정기관식 경영'이라는 지적의 실체를 분석하고, 공사가 향후 어떤 변화를 선택해야 하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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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북문화관광공사 전경

글싣는순서


1. 흔들리는 공공기관… 경북문화관광공사 '수익 급락'의 진실



2. 보문관광단지 개발, 민간만 배 불렸다?… 공공기여 실종의 민낯


3. '행정기관식 경영'이 만든 위기… 혁신 없으면 미래도 없다




고객을 잃은 서비스 조직… “우리가 기업이라는 감각이 없다"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북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가 운영하는 관광·레저 시설 전반에서 서비스 경쟁력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올해 감사에서도 △골프장 조명 개선 지연 △식음 서비스 품질 저하 △이용객 불만 처리 미흡 등 고객 경험과 직결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감사위원회는 “공사가 스스로를 공기업이 아닌 관청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시설 유지·관리 중심의 행정적 운영만 남았을 뿐, 이용객을 시장으로 보는 서비스업적 관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공사 내부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왔다.


한 직원은 “새로운 서비스 제안을 해도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경직된 구조가 오래된 문제를 방치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략 없는 경영… 단기사업의 굴레가 공사를 묶다


감사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핵심 문제는 중장기 전략 부재였다.


공사의 연간 사업계획 대부분은 △연 단위 반복형 사업 △기존 틀을 벗어나지 않는 보수적 기획 △단기 실적 중심 운영으로 채워져 있었다.


새로운 관광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문서, 미래 관광산업 발굴 로드맵, 신규 사업 접근법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감사위의 평가다.


한 감사위원은 본지에 “경북 관광은 변하고 성장하는데 공사만 홀로 멈춰 있다"며 “지금 구조로는 미래 경쟁력을 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공사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한 사업 상당수가 '혁신'이라기보다는 '유지관리' 수준에 머물렀다며, 공사 본연의 관광산업 견인기관 역할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수직적 조직문화…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내부 리스크


감사에서는 공사의 조직문화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목됐다.


감사위는 공사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 △부서 간 협업 부족 △책임 회피성 보고 관행 △직원 제안의 구조적 무시 등 행정기관적 관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감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새 사업을 제안해도 결재 과정에서 사라진다", “위험을 지는 조직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조직"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는 “이 같은 문화는 혁신을 막는 가장 심각한 내부 리스크"라며 조직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서비스·전략·조직문화 흔들린 공사… 경북 관광의 미래까지 위협


3회에 걸친 취재 결과,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고객 서비스 경쟁력 부재 △미래전략 실종 △경직된 조직문화라는 세 가지 구조적 위기 속에 놓여 있었다.


관광산업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공사가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 경북 관광의 지속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이번 감사에 담겨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감사 지적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조직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정밀 진단과 내부 혁신 절차에 즉시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 전략 수립, 조직문화 개선, 의사결정 구조 혁신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사는 “고객 서비스 품질 향상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실효성 있는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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