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내란 17번·민생 4번…1년 전에 사는 정청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29 14:29


김하나 기자

▲김하나 에너지경제 기자

“새해 1호 법안은 2차 종합특검이다."


지난 26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는 또다시 '특검'이었다.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이 끝나기도 전, 후속 성격의 특검을 새해 국정의 출발점에 세운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란'이라는 표현이 17번 등장한 반면, '민생'과 '경제'는 합쳐 4번에 그쳤다. “내란과의 전쟁 계속되고 있다"며 엄중함을 강조하는 그의 언어는 지난해 12월 3일 밤 특전사 헬기가 국회 의사당 위를 비행하던 시점에 멈춰 있는 듯 하다.


정 대표는 이미 6개월전 경선 출마때부터도 입에 '내란 청산'을 달고 살았다. 최선봉을 자처해 '당대포'라는 별칭을 얻은 그는 “모든 것을 바쳐 싸우겠다", “차돌같이 단단하게",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고 했다. 취임 후에도 “내란 청산이 시대정신"이라 외치며 야당과의 관례적 악수까지 거부했다. 당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었다. 그의 강경한 어조는 진보 성향 중도층까지 결집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검찰개혁 등 숙원 과제가 전광석화처럼 처리된 것도 사실이다.



집권 여당이 된 지 6개월, 내란 특검도 180일간의 수사 끝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의 언어는 여전히 내란 청산에 고착돼 있다.


물론 아직 12.3 비상계엄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료되지는 않았다. 오는 1월 '수괴'인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관련자들의 내란 혐의 1심 판결을 계기로 사법적·역사적 성격 규정이 완료된다. 미진한 점도 없지 않다. 앞으로 사상 최악의 반헌법적 중대 범죄인 내란을 누가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하고 도왔는지 철저히 밝혀내고 모조리 사법 처벌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민생을 책임진 정치의 영역에선 협치가 절실하다. 야당과 협력해 각종 법안을 처리해야 할 정 대표가 대화는커녕 악수도 거부하면서 내란 청산만 읊고 있는 현실은 암울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정쟁의 포로가 되고 있다.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격돌 속에서 197건의 법안이 본회의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년 65세 연장 법안은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고, 반도체특별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 특검에만 매달리는 여당도, 필리버스터만 앞세운 야당도 국민 눈에는 똑같은 직무유기일 뿐이다. 정치의 본질은 대결이 아닌 조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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