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선정 2025년 10대 이슈
▲한국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해 새 역사를 썼다.
1. 2025년은 4와 친숙한 해
2025년은 다양한 분야에서 '4'가 등장해 주요 이슈들에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다. 한국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해 새 역사를 썼다. 지난 6월 3000선을 넘어선 지 약 4개월 만에 4000선 고지를 밟은 것으로, 코스피의 올해 수익률(75%)은 주요국 증시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코스닥(35.1%) 역시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반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최대 걱정거리로 부상했다.
2025년 4월에도 굵직한 이벤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헌법재판소는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와 유예 조치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정부는 '주4.5일제'를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고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가총액 4조달러를 넘어섰다. 국제금값 역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다.
2. 용산 시대 저물고 다시 열린 청와대 시대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첫 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122일만에 파면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헌정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지난 1월엔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체포·구속되기도 했었다. 8년 만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6월 '장미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42% 득표율로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나서려는 모습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100대 사진'에 포함되기도 했다. 새정부가 출범 이후 약 7개월 만에 청와대 이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부터 청와대로 다시 출근하게 됐다. 이로써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용산 시대'는 3년 7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 교역질서 흔든 트럼프…한미 관세협상은 '선방'
올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교역국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8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자유무역 질서가 사실상 무너졌다. 무역 불균형과 비관세 부정해위를 바로잡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에 이어 10%의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관세(상호관세)까지 적용했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미는 지난 10월 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15% 낮아졌다. 그 대가로 한국은 미국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그중 2000억달러를 매년 200억 달러 한도로 집행하기로 했다. 일본 등 주요 경쟁국과 동일한 관세율을 확보받고,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산업계의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4. 트럼프 압박에도 건재한 시진핑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중간 무역 갈등도 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잇달아 올려 총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중국은 굴복하지 않았다. 중국은 125%의 보복 관세를 적용하며 미국에 맞섰고 핵심 광물자원인 희토류를 무기 삼으면서 미국과 '무역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중국은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늘렸고, 그 결과 올해 1~11월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수출은 무려 28% 가까이 급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월에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문위원장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의 정상들을 대거 부르면서 반서방 진영의 결속을 과시했다.
5. '역대급' 기후재난이 일상화
올해도 기후 재난이 일상화됐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올 3월엔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 강풍까지 겹쳐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역대급 산불이 발생했다. 26명이 숨지고 31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피해 면적은 10만헥타르에 육박했다. 6월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되면서 이번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1973년 관측망 확충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25.6도)를 넘어선 수치다. 올해는 또 극한 호우가 전국 곳곳을 강타했다. 지난 7월 충남 서산, 전북 무안 등지에서는 시간당 100㎜를 넘는 국지성 극한호우를 겪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모두 530㎜로 평년 같은 기간의 165.5㎜의 3배가 넘었다. 반대로 강원 강릉에선 가뭄 때문에 오봉저수지가 맨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자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켜 기후재난 대처에 나섰다. 기후부는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6.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탈탄소 흐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를 발표했고,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으로 회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영국 비영리단체 에너지기후정보연구소(ECIU)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풍력, 배터리, 전력망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규모가 2조2000억달러(약 3156조원)에 육박해 화석연료 투자액을 큰 폭으로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적 노력도 돋보인다. 호주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2~70% 감축하겠다고 공언했고, 덴마크와 영국은 각각 82%, 81%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배출량을 최대 1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7. '에브리싱 랠리' 속 눈부시게 빛난 금·은
올해는 주식·비트코인 등 위험자산과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현상이 일어났다. 초창기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상황 속에서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투자 전략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부상해 자금이 비트코인·금·주식 등에 몰렸다. 그 결과 지난 10월 초반까지 모든 자산들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비트코인 시세는 다른 주요 자산들과 정반대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식, 금, 은 등의 가격은 올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전고점 대비 30% 급락한 상태다. 반면 금값은 2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64% 급등했고 은 시세는 무려 140% 폭등했다. S&P500 지수도 올해까지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 속에 지정학적 갈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8. AI 패권 경쟁 격화…'AI 트레이드' 종착지는
2025년 연초부터 글로벌 AI 패권경쟁이 치열해졌다. 중국이 지난 1월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인 H20을 활용해 생성형 AI 딥시크를 공개하면서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높은 성능의 AI 모델을 선보이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중국 업체들은 딥시크 발표 이후 자체 AI 모델·반도체를 내놓으면서 자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규제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앞당기고 있다는 판단에 트럼프 대통령은 고성능 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의식한 중국 역시 H200 구매를 아직까지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에 이어 미국의 다양한 경쟁사들도 자체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AI 산업에 지각변동은 구글이 지난달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3를 공개하면서 가속화됐다. 아마존 역시 지난 2일 전력 효율성을 끌어올린 자체 칩 트레이니엄3를 선보이며 오픈AI·엔비디아 중심으로 이어졌던 'AI 트레이드'가 분산됐다. 하지만 AI가 기대만큼 '돈이 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AI 거품론'도 거세진 상태다.
9. 여전한 보안사고, 불안한 인프라
2025년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대규모 사이버 보안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SK텔레콤에서는 지난 4월 가입자 230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KT의 경우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활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지난 9월 발생했다. KT 사태와 같은 시기 롯데카드 고객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터졌다. 연말에는 쿠팡에서 가입자 3370만명,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 19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마저 발생해 국민 불안이 증폭됐다. 최근 넷마블에서 611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나 게임업계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올해는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 화재가 발생해 정부24와 국민신문고 등 행정 시스템 709개가 운영을 멈추며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10. 케데헌에 국중박까지…전성기 맞이한 'K컬쳐'
2025년은 K컬쳐가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은 해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전 세계 시청수 3억회를 돌파해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오에스티(OST) 타이틀곡 '골든'은 K팝 장르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를 석권했다. 골든은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와 내년 2월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케데헌 열풍은 다른 분야로도 빠르게 확산했다. 올 1~11월 라면·김 등을 비롯한 K푸드 수출액은 103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개관 이래 처음으로 관람객 600만명 시대를 열었다.

